딱 한번 더
내가 그토록 원했던 대학의 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던 날, 나는 불안해서 떨던 손과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을 애써 숨긴 채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날 하루 종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로 이리 걷고 저리 뛰며 내 나름대로의 긴장을 풀고 있었다. 그렇게 긴장감 가득한 입학식을 보내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그 어떠한 표정도 지을 수가 없었다. 아무 표정도 짓고 싶지 않았고,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이 뭔지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게 된다면 내 스스로가 바닥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유를 애써 무시하면서 집에 돌아온 난 몸에 아무런 힘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내일 학교에 갈 생각에만 잠겨 있었다. 엄마는 그저 긴장을 많이 했을 뿐이라고 하였고, 나 역시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고 나는 새벽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기나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버스를 타면서 학교로 향하였다.
학교에서 몇몇 안면을 튼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있는 나를 보고 있는데 문득 알 수 없는 어색함을 종종 느끼며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친구들과 말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의 나보다 더욱 더 활발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내 스스로의 기분을 보다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였었다.
그렇게 며칠을 다니던 나는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 물론 사람들이 이런 내 모습을 본다면 한심하다는 소리 밖에는 나오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내친구들까지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건 내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학교를 그만두고 가장 먼저 간 곳은 심리상담소였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별다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나는 정신과에 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는 내가 가진 병을 사회 부적응과 우울증이라고 판단하였다. 내가 봐도 맞는 판단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곳에서 약을 꾸준히 먹으며 조금씩 사람들에 익숙해지고 내 기분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쉽게 하게 된 것도 아니었고, 지금도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온전히' 건강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몸 혹은 마음에 병을 가지고 있고 그 모든 병들이 완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가 가진 병이 아주 심각한 병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질병이라고 생각하게 되니 더 이상 내 자신이 초라하게 보이지가 않았다.
난 적어도 내 자신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인정한 셈이니까... 나는 다시 학교에 다닐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전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이라는 것이 왜 좋은가? 이미 겪어본 일들과 다시 마주했을 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가 하나쯤은 더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내가 겪은 일들이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고비가 있고 실패를 하면서 좌절을 겪게 되니까... 혹시나 나와 비슷하거나 같은 시기에 놓였던 사람들이 있다면 조언이나 위로는 절대 해주고 싶지 않다. 완벽하게 이겨낼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은 후회라는 것을 하며 그 후회로 사람은 성장이라는 것을 하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너만의 방법을 찾고, 굳이 이겨내려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저 딱 한번만 더 도전해보라는 말은 꼭 해주고 싶다.
또, 한 문장 한 문장 마다 줄을 바꿔 쓰면 인터넷 게시글로서는 읽기에는 부담없으나 정통 수필문에서는 줄을 자주 바꾸는 것이 좋지 않습니다.
보통 서너 줄마다 한 번정도 줄을 바꾸시는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