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차 창작콘테스트 - 가을 바람 들어오는 밤

by 또별 posted Aug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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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 들어오는 밤


올해 여름은 정말 뜨거웠다. 아니 여전히 뜨겁다. 오늘은 웬일인지 밤공기가 참 시원하다.  가을 바람 들어오는 밤. 안 올것같던 선선한 가을이 오긴 오는구나.

계속 머물러 있을 것만같던 뜨거운 여름이 가긴 가는구나. 뭐든지 영원한 것도 없고 머물러 있는 것도 없나보다.


나는 가을이 외롭다. 뭔가 쓸쓸하다. 특히 가을 밤은 더더욱 쓸쓸하다. 그래서 독서의 계절이 가을인걸까?

몇살때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시골 마룻바닥에 누워서 옥수수를 뜯으며 밤하늘을 바라보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때가 이때즈음이었을까. 밤공기도 시원하고 밤하늘에는 어두운 구름이 천천히 흘러갔다. 시간도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더니

어느새 나는 서른즈음이 되었다.


요새 참 힘들진 않은데 힘들다. 행복한 것 같은데 행복하지 않다. 외할머니의 치매소식과 친오빠의 결혼 돈 문제, 회사 월급문제, 

내 능력에 대한 자괴감, 점점 일이 힘에 부쳐보이는 부모님, 어느새 아흔이 되어가는 친할머니와의 언젠가 닥칠 이별...


뉴스에서 보는 사람들보다는 나는 분명 행복한 사람인데 왜이리 요즘 스트레스 투성인지 모르겠다. 부정적인 마음을 털어내고

긍정적이고 싶은데, 다짐한지 얼마 안되어 또 부정적으로 변해버린다. 나도 이러기 싫다. 좋은 말과 좋은 생각만 하고싶다.


내 생각이 잘못된건지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는건지 잘모르겠다. 아 이 작은 회사는 어째서 최저임금을 주면서 온갖일은 나한테

시키는 걸까? 그래도 젊은 나이에 이것저것 경험한다고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보는데, 들려오는 소리는 월급이 밀릴 것같다는 얘기뿐.


거의 쉬지않고 일하는데 어째서 일까. 요즘 불경기라는데 그래서 그런걸까?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가고싶지만

딱히 갈곳이 없다. 다시 나를 삐딱하게 보는 면접자들을 바라볼 자신이 없다. 다시 신입으로 시작해서 일을 시작할 자신이없다.


너무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행정적인 일을 처리하며 내가 왜이러고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회사의 모든 전화는 내가 다 받고있다.

전화를 받는다는건 처리할게 많아지는건데 왜 상사는 나에게만 일을 많이 시키는 걸까? 내가 제일 직급이 낮아서 그런가보다.

민원이 많은 업무를 해서 언젠가 걸려올 민원 전화가 두렵기도 하다. 요즘은 아이들이 있는 기관에 교육도 나가고 있다.

기관 선정부터 시작해서 교육안을 만들고 강사들 입맛을 맞춰주고 나도 교육을 직접해야하고. 교육을 나가기 한시간전까지 상사의 잔소리는

정말 듣기 싫었다. 아무리 잔소리가 월급의 일부라지만 당일 교육이 있는 사람에게 격려의 말이 아닌 잔소리를 하는걸까?



한달 전 회사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락스가 묻어 얼룩진 반바지를 입으며 이 글을 쓰고 있으니 괜히 서글프다...

요즘같이 뜨거운날 밖에서 일 안하는게 어디냐며, 힘든 공장 일을 안하는게 어디냐며.. 나보다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아니까

꾹꾹 참아보지만  왜이리 부정적인 생각만 드는지 모르겠다. 맞다 세상에 안힘든 사람은 없다. 세상의 중심은 나니까 내가 제일 힘든거다.


휴. 월급 밀린다는 말이 왜이리 싫은지. 정말 일할 의욕이 나질 않는다. 힘들게 일해도 월급이라도 받으면 괜찮을텐데.

내년의 나는.. 10년 뒤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가을 바람 들어오는 밤


이런저런 생각에 글을 써본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삶. 언젠가 또 괜찮아질 날이 있겠지. 아무렴 나는 그래도 가진게 많은사람이니까.

감사하며 살아야지. 100년도 못 사는 삶인데 그래도 행복하게 살아야지.  100년 뒤 모든 문제는 흙으로 돌아간다.


스트레스를 받아 뜨거운 불같던 내 마음에도 선선한 가을 바람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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