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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종은 왕방연의 눈물을 손수 닦아주었다. “세상살이 어차피 한번 살고 가는 인생입니다. 제가 수양 숙부를 너무 과신했던 것이 오늘과 같은 일을 초래하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다. 왕대감. 너무 가슴 저며 하지 말아주세요. 왕으로서의 마지막.. 어명입니다.” 왕방연은 결국 크게 흐느끼고 말았다. 청령포에 어린 단종을 두고 오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터. 그래도 가야했기에 겨우 떠나오매 시 한수 지으며 힘없는 발걸음을 계속해야했다.


천 리 만 리 머나먼 곳에다 고운 임을 이별하고

나의 슬픈 마음을 붙일 데가 없어 냇가에 앉았더니

저 냇물도 내 마음 같아서 울며 밤길을 흐르는 구나.”

 

신하가 떠나고 홀로 남겨진 단종.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서 빗방울 한 방울이 흘렀다. 단종은 비가 오려나 보다 했다. 갑작스레 수많은 먹구름이 하늘을 감싸 안았다. 아름다운 빛줄기가 머리 위를 아름답게 내리쬐고 있었거늘. 순식간에 온 세상이 어두컴컴해져갔다. 천둥 번개마저 치고 흐르기 시작했다. 용이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한 치의 이상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땅마저도 꺼지게 할 세랴 퍼부어대는 어마무시한 빗줄기들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매 비를 맞고 서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동상이 되어버린 것처럼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를 뫼시던 종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종은 한순간에 일국의 군주에서 대군으로 강등되어진 그의 마음을 눈물로 닦아주려 했던 걸까. 남도 아닌 숙부에게 눈과 귀가 모두 잘리듯이 처량하게 쫓겨나야만 했던 그의 처절한 신세를 눈물로 느껴주려 했던 걸까.

 

그때 하늘이 번쩍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아들아. 내 아들아. 내 아들 홍위야. 거기 있느냐.” 그와 종 둘 다 너무 놀란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야 말았다. “거기 있거든 답을 해다오. 내 아들. 불쌍한 내 아들 홍위야. 아비다. 못난 아비 이향이란다.” 하늘에서 들리는 아련한 음색에 그의 눈이 번뜩였다. “아바마마..이시옵니까..? 진정 지금 제 귀에 들리는 이 짙은 음색이 아바마마의 음색이옵니까? 그런 것이오리까?..” “불쌍한 내 새끼. 그러하단다. 네 아비 향이다. 네게 제대로 된 힘 한번 되어주지 못하였구나. 이 못난 아비를 용서해다오. ()자리 아비 옆에서 소리죽여 울고 있는 네 어미도 용서해다오. 부디 그리해다오..” 그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 오열은 나이 열둘의 어린 아이가 내는 울음소릴 한참 넘어서기 시작했다. 사랑이 한창 그리울 나이에 폐위된 자신의 처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주로서의 삶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불효된 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리라.


아들아. 울지 마라. 네가 왜 울음 짓느냐. 울음 짓고 천벌 받아야 할 이들은 따로 있거늘. 내 아들이 어찌하야 웃지는 아니할세, 피눈물을 흘린단 말일지어냐. 제발 아들아. 울지 말아다오. 그것이 이 아비의 마지막 소망이로다.”

아바마마. 그립사옵니다. 보고 싶사옵니다. 왕좌도 싫고, 숙부도 싫고, 제 편 하나 아니되어주는 세상도 싫으나 아바마마와 어마마마의 품이 그립사옵니다. 눈물은 흘리면 끝이 날 것이나 그리운 두 분은 언제 다시 뵈올 날이 있사오리까.”


그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듣던 종도 뛰쳐나와 무릎을 꿇었다. “()대왕이시여. 어린 아들 대왕을 버리지 마오소서. 제가 뫼시고 있사오나 제 품이 선대왕의 품과 같을 리 만무하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제 마음이 더 크게 찢겨져 속상함이 극에 달하옵니다. 어찌 이런 운명을 주고 가시었나이까.” 종의 말에 고마움을 느낀 그는 그대로 다가와 그를 안았다. 세상이 자신을 버렸으나 끝까지 자신의 곁에 남아 온갖 수발 다 들어주는 그의 노고에 감사했던 터였으랴. 그는 말했다. “종아. 신분이 다 무슨 소용이겠느냐. 그대가 참 신하이다. 그대가 내 사람이요, 내가 그대의 사람이다. 그대 덕에 내 그래도 이리 살고 있으니 내 무엇으로 그대에게 고마움을 다 표하겠는가. 내 죽어서도 그대의 노고를 잊지 않고 옥황께 알릴 터이니 내 처지를 봐서라도 이해해주시게.”


비가 더 세차게 내렸다. 아마도 더없이 그리워하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권력이라는 매서움 호되게 느낀 그의 애탄한 마음이 깃들어 내리는 비가 아닐까. 더 세찬 비와 함께 하늘에서 들리던 아버지의 음성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절규하며 땅에 머리를 있는 힘껏 박아댔지만 떠나가 버린 아버지의 목소리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신세가 참으로 딱하구나. 믿고 또 믿었거늘. 과신할 정도로 믿었던 나를 이토록 저버릴 수 있단 말이던가. 죽어서도 결단코 이 일을 잊지 않을 것이다. 유배가 무엇이더냐. 차라리 칼끝으로 내 몸을 베어 이런 초라한 신세만큼은 면하게 해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계유정난에 의해 하루아침에 운명이 뒤바뀌면서 정해져버린 피멍 가득한 그의 유배는 몸과 함께 마음까지 먼 곳으로 떠나게 만들었다. 얼마나 그의 마음이 외롭고 적적했을지 당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까지가 될지 알 수 없는 기약 없는 그리움의 시작이 유배다. 그는 그 곳에서 수족이 되어주던 종과 함께 여생을 보냈다. 조선의 가장 안타까운 비극의 왕으로 꼽히는 단종 대왕. 어린 나이에 유배를 감당하기엔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어려운 일을 해내주셨다. 그래서일까? 그가 쓴 시가 내 마음을 울렸다.


원통한 새 한 마리 궁에서 쫓겨 나와

외로운 몸 그림자 푸르른 산 헤매네.

밤마다 자려 해도 잠은 오지 않고

해마다 한을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는 구나.

울음소리 끊어진 새벽 산에 너스름 달 비추고

봄 골짜기엔 피 토한 듯 떨어진 꽃이 붉어라.

하늘은 귀 먹어서 이 하소연 못 듣는데

어찌하여 서러운 이내 몸 귀만 홀로 밝았는가.”


그가 세상에 대한 피눈물을 남겼다는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에 세워져 있는 단모유지비로 올해 가을의 단풍 여행을 떠나 유배의 참마음을 큰 아픔을 동반해 제대로 느껴 보련다. 하늘에게 부디 그께서 봐주시기를. 당신을 기억하고 있노라. 당신을 그리워하노라. 당신을 안타까워 하노란 나의 애달파하는 마음을 어루만져주시기를.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 적지 않으니 꼭 하늘에서는 이승에서의 유배 명운(命運)이 아닌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만이 한 가득이다.



연락처: 010-4915-8389

이메일 주소: myclup123@naver.com

필명: 마음읽는 이(이외, 청초)

  • profile
    korean 2019.10.31 22:02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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