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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8 00:39

자연으로부터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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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부터의 삶

 

도심에서 조금은 구석진 곳에 위치한 우리 동네. 단란한 가정들이 옹기종기 모인 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져 있는, 전형적인 도시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아파트 바로 뒤에는 산과 들이 그 전경을 뽐내고 시골집들이 함께 있는 그런 곳이다. 초, 중, 고등학교까지 이 동네에서 다닌 덕분에 어릴 적부터 말 그대로 ‘자연스레’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산을 끼고 있던, 학창시절 나의 학교는 도시와 시골, 그 중간의 느낌을 묘하게 풍겼다.


중학교 때까지, 아빠를 따라 종종 동네 뒷산을 올랐다. 하교 후, 집으로 돌아오면 목이 긴 양말을 비장하게 신고 있는 아빠가 있었다. 일이 일찍 마치는 날이면, 거의 매일 같이 산에 가던 아빠 덕분에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산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길이 험하지도, 산의 풍채가 그리 위엄 있지도 않은, 그저 편안히 찾을 수 있는 오래된 친구 같은 산이었다. 오르는 동안 아빠는 나의 말동무가 되어 주셨다. 흥분하여 재잘재잘 떠드는 나의 말에, 천천히, 그러면서 고유의 리듬은 잃지 않은 채 한 발자국씩 내딛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하셨다. 풀잎을 이용해 놀이도 하고, 아빠를 따라 나무 옆에 서서 체조도 하였다. ‘띠 풀’이라는 것을 꺾어, 먹어도 된다며 질겅질겅 씹던 아빠를 차마 따라하진 못하고 그저 신기한 눈길로 바라보기도 했다. 다리 아프다고 투정 부릴 때면, 나를 거뜬히 업고 산을 내려오던 것이 종종 볼 수 있던 아빠와 나의 하산 모습이었다.


다녔던 고등학교도 그 산 아래 있었다. 덕분에 철장 같은 답답한 창문을 열어젖히면 가슴이 뻥 뚫릴 만큼의 초록계열의 색이 어우러진 산과 들이 펼쳐져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이 식상한 자연의 모습이라고 말하겠지만 산과 함께 해가 지는 그 풍경이, 입시에만 갇혀 있던 고등학생에게는 마음을 울리는 장관이었으며, 가끔 시골에서나 볼 법한 불 떼는 정겨운 연기들이 따뜻한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산책하고 싶을 때, 또는 야간 자율 학습이 하기 싫을 때면 친구와 학교 바로 뒤 공원에서 심심찮게 누워 있곤 하였다. 우리가 이야기 나누며 한참이나 바라본 것은 다름 아닌 자연의 모습이었다. 해가 질 무렵 주황빛이 들판에 퍼질 때면, 하루의 끝을 느꼈고 옆에 있는 친구가 더욱더 소중해지는 순간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집안의 빚들로 인해 한번은 가족 간의 큰 어려움을 겪었던 때가 있었다. 누구랄 것 없이 울음을 쏟았고 안정을 되찾는데 하루를 다 써버렸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눈뜨자마자 엄마와 내가 찾아간 곳은 엄마의 주말 농장이었다. 말이 없던 엄마, 그리고 나. 십년 간 주말농장을 해온 엄마는 능숙하고도 익숙한 모습으로 밭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엄마는 상추를 뜯고, 나는 물을 길었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맑았고 들은 푸르렀다. 흙과 농작물은 고유한 향기를 품었고, 나는 깊은 들숨으로 그것을 느꼈다. 우리의 삶과 또 마음과는 너무나 상반되게 늘 깨끗하고 아름답기만 한 자연에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저 아무런 말없이도 위로가 되던 날, 결국 위로받던 자연과 떨어져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그토록 와 닿던 그 날이었다. 삶에서 진실로 위로가 될 수 있던 곳은 자주 찾던 도심 한복판도, 커피집도, 대학가도 아닌 결국 자연이었음에, 이미 자연은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낀다.


흙은 씨앗을 품고 뿌리를 내보낸다. 나무는 신선한 공기를 주며 햇살은 모두를 지켜준다. 우리 인간과는 달리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간단하고 명쾌하다. 거스르지 않으면 언제나 한결같은 것이 자연이다. 그 속에서 우리를 진실로 통하게 만들며, 가깝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현재 주민들이 산책하던 길목으로는 아파트가 대거 들어선다고 철조망이 둘러져있다. 넓은 들판에 모두 아파트가 들어선다니, 그 곳을 지나갈 때면 거대한 철망에 숨이 턱 막힌다. 반대하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현수막만이 애처롭게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그 길을 걸을 때면, 살랑 살랑 불어오던 바람과 함께 이름도 모르는 꽃을 카메라에 담겠다고 유난을 떨던 친구의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도 여전히 바람은 불지만, 인간이 쌓아버린 철망에 그 길을 잃었다. 그 길 잃은 바람은 막혀 돌아 어디로 부는지 알 수 없고, 여전히 햇살은 비추지만 그 곳엔 철망의 그늘이 졌다.


고등학교 입시부터 대학교 생활까지, 쫓기듯 살아온 나의 삶에서 조금씩 멀어졌던 동네 뒷산을 다시금 찾았다. 아빠와 함께 몇 년 만에 찾은 그 산은 어릴 적 추억을 담은 모습 그대로 여전했다. 비가 온 뒤 질은 흙의 느낌도 울창한 나무 숲, 그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간간이 부는 바람에 자유롭게 흔들리는 나무들도 그리고 자연이 내게 주던 이마의 땀방울도 모두 그대로였다. 한껏 퍼지는 익숙한 풀 냄새에, 긴장이 풀리듯 마음이 편해졌다.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말문을 닫았던 딸이 궁금했을 아빠는, 천천히 한 발자국 내딛으며 그간 못했던 말들을 조심스레 걸어온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자연은 여전히 우리에게 삶, 그 이상을 주고 있었다.



박선미

010-6377-3982

ggyuya@naver.com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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