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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건강





 1946년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말했다. 건강은 단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이 완전한 상태라고. 오래 살아왔다면 오래 살았고, 짧게 살았다면 그렇지만 그 삶 가운데 WHO의 건강의 개념에 부합하도록 완벽하게 건강해 본 적이 있는가.

 굳이 나의 건강해지게 된 시점을 정하자면 가장 건강하지 못했던 시절에서 지금부터 소개할 어느 한 전환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금은 우울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끝까지 잘 읽어주길 바란다.


 내게 어릴 적이라 함은 수없이 연속했던 억울함뿐이었다. 항상 아빠는 동생이 잘못한 것에 있어 나에게 책임을 물었고 그것은 곧 매질을 의미했다. 억울하다고 표현하고 싶었음에도 이상하리만큼 아빠 앞에서는 그 어떤 말도 하기가 힘들었다.

 동생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반 친구들과 함께 한 아이를 따돌렸다는 연락을 받았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릴 것이라는 말에 아빠와 엄마는 피해 학생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렸다. 결국 그날 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생 옆에서 개입되지 않은 잘못에 대해 혼나야만 했다.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빠가 언제나 베고 있던 그 토끼 베개가 나를 구석으로 서서히 몰아내던 느낌을, 잔뜩 찌푸려진 얼굴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팔을 휘둘렀던 그 모습을, 어두웠던 방 안에서 유일하게 빛났던 섬광 같은 아빠의 그 눈동자를.

 그 이후로 나는 아빠와의 대화를 잃었다. 정신없이 맞던 와중에도 나는 아무런 대항도 할 수 없었기에 무력했던 나는 모든 것을 회피해버리는 방법을 선택해버렸다. 그렇게 모든 말과 행동을 완전히 무시한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폭력의 영향일까, 억울함의 영향일까.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면 벌벌 떨기 바빴던 내가, 집안의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기 어려웠던 내가, 너무도 버겁고 피로했다. 한 번은 정말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당시 인기였던 예능 프로그램, 12일은 여행의 계기가 되어주었다. 12일의 멤버들이 서로 신나게 웃고 떠들며 여행하는 것을 보는 순간 나는 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냥 그때는 저 모습이 부러웠다. 혼자 떠나기 두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조용히 짐을 꾸렸다.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허락을 받는 일조차 나는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바람이 차던 봄방학, 어딜 가냐는 엄마의 질문에 놀러 간다는 짧은 답변으로 허락을 대신 구했다. 아빠와 나 사이에서 눈치만 보기에 바빴던 우리 엄마. 용돈 쓸 일이 없는데도 매주 월요일만 되면 만 원씩 쥐여주던, 엄마는 또다시 내 손에 돈을 쥐여주었다. 조심해야 해.


 목적지조차 정하지 않은 여행의 시작은 그저 차가웠다. 집을 나올 때 나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던 그 새벽바람은 차갑기는 너무도 차가웠지만, 신기하게도 새로운 꿈을 안고 떠나는 민들레 씨앗이 담겨있는 듯 몽환스러웠다.

 바람 따라 목적지를 정해볼 생각이었다.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나는 아줌마들의 수다를 들었다. 굴을 샀다, 싱싱하더라, 요즘은 홈쇼핑으로도 해산물을 산다, 어디에서 왔냐, 통영에서 왔다. 그래서 통영으로 가볼까 했다. 통영이 어딘지도, 전남일까 아니면 서해 쪽일까.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로 그냥 통영으로 향할까 했다.


 통영으로 가는 버스 표를 무작정 끊고 터미널에 앉아있으니 아침의 바쁜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바쁜 와중 나는 여태껏 뭐하고 살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문득 떠올랐다. 고향으로 가기 위해 보따리를 들고 뛰어가는 할머니, 출발 직전의 버스를 큰 소리로 알려주는 아저씨, 휴가 후 다시 군대로 돌아가는 군인, 학교를 가는 것인지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잔뜩 꾸민 예쁜 언니까지.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까.

 감히 나는 이곳의 모든 사람들 중에서 내가 가장 불행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바쁘고 밝아 보이는 얼굴들 속 어떤 불행이 담겨있는지 그때는 나의 고려 대상 따위에 속하지도 못했으니까.


 버스에 탔을 때 나는 그제야 엄마의 떨리던 손이 떠올랐다. 돈을 쥐여주던 부드럽지만 거친 손길에는 나에 대한 걱정과 연민이 한껏 담겨 있었으리라. 그럼에도 말을 잃은 딸을 붙잡을 수 없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통영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넉넉히 4시간을 예상했지만 3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통영 터미널에서 바다로 향하는 버스에 또다시 올라 해수욕장의 바로 앞에 내렸다.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바다를 보러 온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연인들부터 가족들까지. 혼자 이곳으로 온 내가 새삼 특별하게 느껴졌다.

 파도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 등 여러 소리들이 겹쳐져 나를 부드러이 쓸어주었다. 그저 내 맘을 실없이 달래주듯 그렇게, 겉치레뿐인 시끄러운 말 몇 마디가 아닌 작게 속삭이며 아팠던 상처를 포근히 감싸 안아주는 듯했다. 사진을 찍는 벤치에 앉아 나를 쓸어주는 손길에 묻혀 오래도록 눈물을 토해냈다. 내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이 무엇인지, 나는 대체 무엇이 그렇게 불만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도 서럽게 울었다. 나를 달래기 위해 다가온 여러 사람들도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시간이 흐르고 눈물이 그쳤을 때 나는 스스로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가 아니구나, 나는 건강하지 않구나. 치료가 필요했고 이 여행이 그 과정 중 하나구나.


 통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이 생각날 때까지는 멍하니 벤치에 앉아있었다. 생각을 해보고자 노력했지만 파도만 보고 있던 탓에 결론은 하나에 불과했다. 오늘 안에 집에 갈 수는 없다는 것. 그랬기 때문에 우선 잠을 잘 곳이 필요했다. 주위를 둘러 아까부터 나를 바라보고 있던, 미역을 손질하는 할머니께 다가갔다. 주위에 민박이 있을까요, 내가 민박을 한다, 민박을 구하고 있니, 그렇다면 여기서 자라, 안전한 방으로 내어 줄게, 어쩌다 혼자 이리 왔누…….

 나에 대한 걱정이 진심인지 가식인지 갈등하다 문득 그것이 중요할까 싶었다. 뜬금없이 찾아가도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나를 반기며 닭을 잡아주시던 할머니가 생각나 더는 고민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돈을 지불했다. 완전히 깔끔하고 예쁜 방은 아니었지만 할머니의 오랜 손길과 함께 진득한 애정이 느껴졌다. 할머니께 추천을 받아 나는 통영의 많은 곳을 둘러보았다. 이 여행의 끝에 깨달을 무언의 한 가지를 찾아 미친 듯이 발을 멈추지 않고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러던 도중 문득 나의 여행은 그저 반항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걱정해주길 바랐고 온전히 나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머물렀던 듯했다. 내가 필요한 건 바람을 쐬는 일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관심이 필요한 것이라고. 아직 나는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라고. 그런 감정을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한 것이 괜스레 창피해졌다. 또래의 친구들보다 정신적으로 성장해있다고 생각했고 단순히 어울리기에 목적을 둔 친구들을 보며 아직 제대로 된 사회를 맛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정신적으로 부족한 것은 나였고, 제대로 된 사회성이 길러지지 못한 것 또한 나였다. 케이블카 안에서 그 사실을 깨닫고 이 공간에 나 혼자 있음에 감사했다. 친절한 누군가가 보았다면 머리끝까지 빨갛게 물든 내 얼굴을 보며 아프냐고 한마디 던졌을 테니까.


 생각보다는 싱겁게 내 여행은 막을 내렸다. 집에 도착해서는 가장 먼저 아빠에게 말을 걸었다. 여전히 아빠가 미웠고, 무서웠고, 내가 느꼈던 억울함은 지워지지 않았지만 결국 아빠도 아빠라는 지위가 처음이니까, 그러니까 서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때리고 난 후 미안해서 잠을 자는 나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도, 내가 말을 하지 않을 동안 아빠 역시 말을 참고 있었고 수없이 많은 시간을 눈물로 보내며 자신을 자책했던 것도, 결국은 아빠의 입을 통해 듣지는 못했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내가 4년 만에 아빠에게 말을 걸었을 때 아빠가 짓던 그 표정은 여전히 내 뇌리에 박혀 이따금씩 나를 일깨워준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이 여행은 나를 비로소 건강하게 만들어주었다. 다시 집안은 조금씩 화목해져 갔으며 있을 수 없었던 가족 외식이 점차 늘어갔다.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인지 그때야 깨닫기도 하였다. 여행이란 것이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간다고만 생각했지 삶을 전환하기 위해 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는데 나의 통영 여행은 내 삶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었다.


 여전히 나는 그 여행을 잊을 수 없다. 여행을 결심하고 집을 나오는 길에 쐬었던 차가운 바람, 터미널 안의 훈훈했던 공기, 해수욕장의 힘찬 파도소리까지.

 이 여행 이후 나는 혼자만의 여행을 다시 생각한 적은 없지만 자신의 삶에서 멀리 도망치고 싶어 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나의 경험을 말해주었고 이 여행을 추천했다. 그리고는 내가 여행을 갈 여유가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우울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대답을 받았다. 아마도 변하고 싶지만 그것을 위한 노력조차 쉽지 않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나의 이야기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나와 같은 작지만 중요한 깨달음이 얻길, 나와 같이 삶 자체가 진정으로 건강해지는 큰 전환점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응모자명 : 이지영

휴대폰 번호 : 010-5119-4538

이메일 : alsduddk456@naver.com

  • profile
    korean 2019.03.01 14:29
    열심히 쓰셨습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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