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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0 21:32

까치가 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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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울면


예배를 다녀오다 길목 작은 공원 벤치에 기대어 앉는다, 느티나무 몇 그루와 잎넓은 칠엽수 그늘 아래로 바람이 시원하고, 중앙에 우뚝 솟은 미끄럼틀엔 몇몇 아이들이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재잘대며 딩굴고, 한 켠엔 잘자란 무궁화 연분홍 꽃이 활짝 만개한 사이론, 벌써부터 그들만의 부지런한 하루 일과를 시작한 꿀벌들의 움직임은 이꽃. 저 꽃 바쁘기만 하다,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반팔만 걸친 팔에 한기를 느낄 많큼 서늘해졌고, 한여름 그늘만 찿던 사람들은 햇볕 따사로운 양지를 찿아 옹기종기 모여앉아 간간이 바람결 따라 들리는듯 이어지고 이어졌다간 다시 힘없이 끊어져 버리는 이제 곧 짧았던 한 생을 마무리 해야함을 아쉬워 하며 슬피 울어대는 매미들 합창소리 들으며, 높아진 하늘. 하얀 구름. 비상하는 잠자리 때들 신 나고 멋진 활공을 보면서. 언제가 그리 더운 날이 있었던가? 옷소매 추스리며 웃고 떠들며 지금 열심히 가을 얘기를 하나보다.

오늘 설교는 "꿈을 기지고 살라고".

어렵고 힘들수록 꿈을 가져야 하고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 진다, 진지하게 설교하는 말씀이 아련한 꿈속을 해매이듯 자꾸만 감겨지려는 눈을 비비며 정신을 애써 가다듬는다.

! 천명도 넘을듯한 이 크나큰 성전에, 쥐 죽은 듯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많큼 저 많은 사람들, 눈을 모으며 귀 기우리게 하는 마력은 무엇일까?. 이 많은 사람들도 저마다 다 말못할 애환과 무슨 걱정들이 있을까? 아니? 얼마나 마음에 위안을 받고 집으로 돌아갈까? 난 아직 교회가 무언지도 모르고 주님 말씀이 뭔지도 모르지만, 주일이면 그래도 성경책을 끼고서 교회를 찾아 나도 몰래 어느새 십자가 앞에 앉아 눈을 감고 머리 숙여 두 손을 모은다, 한세상 잘 살아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구원 받겠노라" 함도 어쩌면 나의 부질없는 욕심일진데, 지금 무릅꿇어 두 손을 모은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나름대로 바로 서 왔다고는 하지만 지은 죄 얼마인데?, 지난날을 돌아보며 턱을 고이고 무한한 생각에 잠긴다.

솔바람은 여전히 나뭇가지를 흔들고, 푸르던 칠엽수 무성한 잎들은 이제 조금씩 조금씩 끝이 말라가고 있다. 머지않아 저 잎들 다 지고 빈 가지만 남아 쓸쓸히 허공을 휘져으리라...

 

, , . , , , .”

어디서 날아왔는지, 까치 울음소리가 한가로운 작은 공원의 고요를 깨트린다. 짝을 이룬 까치는 온통 애절하게 화음을 맞추며 전봇대와 칠엽수를 오르내리며 이파리를 흩날리며 한동안 울어 대더니 여운만 남기곤 저~ 하늘 멀리로 날아가 버린다. 오늘 아침에도 까치 소리에 잠을 깼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데!", "누가 오려나?," 행여 기다리는 이 오지 않더라도 난 오늘도 까치 소리에 희망을 건다. 그 기대는 이미 빗나가 하루해가 져물고 좋은 일 하나 없이 어제가 가고 또 내일이 덧없이 흘러 가더라도 난 까치소리에 항상 기대를 건다. 언제부터인가 반가움을 전갈하는 길조에서 해로운 새라고 이름 붙여져 천시 당하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지만, 난 지금도 까치소리에 눈물이 나고 까치소리에 언제나 꿈이 있다.

조금은 요란하면서도 그 소리는 늘 애잔하고 슬프고 반가웁다.

무언가 아득하고 멀고 먼 길을 헤메이듯 눈을 감는다.

 

그 소리엔 언제나 아스라한 옛날. 하얀 눈 속에 파묻힌 어린날 나의 눈물어린 고향집이 있고, 메주가 뜨는 냄새 퀴퀴한 방. 구멍 난 밀포대 장판 위에 솟은 흙먼지를 거친 손바닥으로 끌어 모으고, 밤마다 콧잔등에 흘러 내리는 부러진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시곤, 어둔 등잔불 잡아당겨 심지를 돋우며 떨어진 양말을 꿰매던 울 엄마가 있고, 밤새 싸늘하게 식어가는 온돌방. 아랫목이 차가와 질 때. 뚫어진 문구멍을 헌 버선짝 으로 틀어막으며 점점 야위어 가던 우리 아버지의 마른 기침소리가 있다.

흙먼지 이는 뾰얀 신작로에 포근하게 눈이 내리면, 새벽 술 배달 소 달구지 지나간 바퀴 자욱을 따라, 미끄러질세라 다 닳아 구멍난 까막 고무신에 엄지발가락을 곱추 세우고, 몽당연필 달그락거리는 책보자기 허리에 질끈 동여매고 손을 호호 불며 학교를 오갈 때, 동구 밖 껑충 키가 큰 이태리 포플러나무 위에서도 까치는 그렇게 울었고. 천년된 저수지 푸른 솔 위에서도 쌓인 눈꽃을 햇볕에 반짝 흩날리며 차가운 하늘을 날아오르며 까치는 서글피 목청을 돋우고, 영희네 과수원을 지나 노루목 고개를 넘을 때에도 재구네 마당가 커다란 호두나무 위에서도 까치는 애처로이 울어댔다.

재 너머 천수답 닷 마지기 거두어 탈곡하던 날 아침 까치가 울면, 땀 젖은 적삼 옷소매 말아 올리며 밀짚모자 그늘 아래 표정 밝던 아버지! “올해는 양석 나려나 부다, 까치가 다 울게...”

어김없이 일요일과 방학이 돌아오면 제키보다 큰 지게를 지고 시오리 남짓한 높은 산으로 갔다, 당시엔 죄가 되는 줄도 모르고 생나무를 잘라 무거운 등짐을 지곤 허기를 달래며 집으로 돌아왔고, 쪼개진 장작을 불 퍼낸 아궁이에 서리서리 지피고 말려 가마니에 숨겨 읍내에 팔러 갈 때에도 외양간 초가지붕 위에서 까치는 간절하게 울어 주었다. 상감(단속)에 걸리지 말고 조심하라고. 지게 멜방에 쓸려 물 바랜 교복에 프라스틱 명찰은 부러져 두 동강 나고, 초조하고 콩닥거리던 두렵고 어린 마음에 위안을 주고 풀어진 손을 가만히 말아 쥐게 했던 고마운 저 울음! 그렇게 모자란 학비는 조금씩 보태졌고 난 종례시간에 선생님께 안 불려 나가도 되었고 무서운 매를 피할 수 있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방문을 열 때 손끝이 문고리에 쩍쩍 달라붙는 추운 겨울날 이른 아침에, 두꺼운 솜이불을 잡아당겨 벼게까지 뒤집어쓰고 삐져나온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늣잠을 잘 때면, 까치 울음은 언제나 꿈속같이 아득하게 멀게만 들려왔고, 애절하던 그 소리는 늙으신 우리엄니 성애끼인 방문 여닫을 때, 다 떨어진 문풍지 펄럭거리고 순간 한줄기 바람은""하니 들쳐진 이불틈새로 파고드는데. 깨진 바가지에 "싸륵 싸르르륵" 이내 항아리 바닥은 긁히고 떨어져 가는 양식 걱정하는 한숨에 묻혀, 까치소리는 더욱 멀리 아득하고 쓸쓸한 울음으로 내 귓전에 어렴풋 전차해 왔고 우리 집 묵은 장닭후다닥훼치는 소리에 날아 올랐는지? 자꾸만 멀어져 가는 까치소리를 따라 귀 기우리던 나는 이미 어느새 잠은 다 달아나고 이불을 뒤집어 쓴체 맑아지는 정신으로 두 눈을 똘방 거리며 귀를 기우리곤 숨을 죽인다,

쿨럭쿨럭.”아버지의 숨넘어 갈 듯한 기침소리, 두어 번 성냥불 그어대는 소리가 들리고, 밤새 사위어진 잿빛화로에 묻혀 싸늘하게 식은 인두와 부젓갈과 노쇠한 아버지 그림자가 빛바랜 벽지 위에서 동...북으로 출렁 거린다. 그래도 멀리서 까치는 운다, 희미해져 가는 까치 소리에 어둠이 밀려가고 먼동이 튼다. 까치도 울고 나도 따라운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씨운 담배 연기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방안을 가득 채운다.

~솔바람에 칠엽수 마른잎이 낙옆으로 딩군다. 고개를 들어보니 삼삼오오 재잘대던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꿀벌들의 무리들도 모두 다 없다. 빈 공원이다.멀리서 흐미하게 까치울음이 들려온다.

 

간밤 누군가 후레쉬를 비치는 줄 알고 깜짝놀라 잠을 깼다. 혼미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붕 사이에 걸린 달빛이다, 아니?. 달빛이 저리도 밝은가?. 열려진 창 사이로 비치는 달빛을 뻣뻣한 손으로 꼬옥 쥐어본다. 잡혔는가?. 아무런 느낌도 없다, 어느새 달빛은 손위로 올라와 주먹위에 길어진 손톱 위에 머물어 있다. 다시 깡마른 손을 편다, 엉거주춤 펴진 손바닥, 손금까지 세세히 볼 수 있게 너무도 밝다, 잡아도 잡히지 않는 달빛!. 달빛도 못잡는 바보! 난 무엇을 잡을 수 있단 말인가? ! 밤 늣도록 세상시름 혼자인 것처럼 번민하다 간신이 잠들었는데...!

또 새벽 달빛이 나를 깨우고 잠 못 이루게 하나, 맑은 달빛과 차가운 밤 공기를 흠벅 마시곤 이내 눈을 감는다, 인생은 이슬이오, 여린 풀닙 끝에 매달려 한동안 영롱한 자태로 반짝거리다간 작은 한줄기 바람에 굴러 떨어지고 작열하는 태양볕 아래선 그 흔적도 없이 말라 사라져버리는 한낮 초로일 뿐인데... !

폐부 깊숙히 불어오는 찬 바람소리를 들으며 벼개를 끌어 당긴다, 저 달이 지고 아침이오면 또 까치가 오려나? 그래 찿아와 목이 메이도록 실컨 울고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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