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바보.4
“엄마”
“왜”
“저번 주일, 양평에 왜 갔어?
“뭔 얘기를 하는 거니 너”
그녀는 일 주일 전 양촌교회서 만난 그 기억상실증 걸린 남자만 생각하면 할수록 부화 치민다.
그런 그녀에게 딸이 일주일이나 지난 일을 물어오니 심기가 편할 리가 없는 그녀
화풀이를 딸에게 하듯…….
“네년이 알아서 뭐해…….에잇, 속상해…….”
“엄마, 왜 화를 내고 그래…….”
“뭇지 마 알 것 없어!
“하릴없이 집구석에 처박혀 있지 말고, 도서관에 가서 취업에 필요한 공부를 하던지.”
“한심하다 한심해 졸업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백수로 일관하는지.원”
“이러다 늦겠다, 정 할 일없으면 집안청소도 좀하고, 엄마 바쁜 거 넌 않보이니 집안일이라도 돕고 그래라.화상아 ”
그녀는 불편한 심기를 얼굴 가득안고 서둘러 회사로 향하였다.
“어!
딸은 소파에 딩굴고있는 엄마의 노트북을 보자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노트북.놓고 갔네?
“전철 안이다 나둬”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의 분신처럼 붙어 다니던 노트북, 오늘은 저놈도 나처럼 쉬는 날이구나…….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던 딸은 캡을 열어본다.
업무일지...계획서...보고서작성...수주관련계획서...가계부...동창밴드...곰플레이어...네이버...휴지통...알집...인터넷...딸에 얼굴이 화면 배경으로 깔려있다.
(엄마가, 나 감동시키네...배경으로 깔려있는 자신에 얼굴을 보며 왠지 엄마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어 이건 뭐지”딸은 동창모임밴드 커저에..엔터를 친다.
동창들이 어떤 화제를 놓고 공방도하고, 낄낄거리기도하고, 사진을 올리기도하고,잘난체하는놈도있고,갑질하는놈도있고,멍청한 놈도있고,인생 살만큼 사신 분들도 이렇게 유치스런 버전으로 놀고있네...딸은 참 알 수 없는 새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것 봐라...누가 엄마를 찾네..엉, 뭐야...1:1 채팅...쥬아..채팅은 내가 좀 하지...ㅋㅋㅋ)
딸은 자기도 모르게 엄마의 밴드에 젖어 들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먼지가 나도록 맞고 친구 집으로 며칠 피신 갔다가 아버지의 용서를 겨우 얻어내
집에 돌아온 아들 …….
(참...생각할수록 그녀가 얄밉기도 하고 화도 나네... 아니 그때 그렇게 사람을 뺑뺑이를 돌리고 인증 샷이다 뭐다 하고...만남까지 지가 주선하고 선 ...아버지에게 또 퇴짜 놓고...난 죽어라 터지고...아버지는 때리는 와중에도 나 때문에 당한 이야기를 소상하게 얘기하다 울화가 치밀면 또 주어패고...내가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몸 구석구석 아픔이 가시질 않는데...참...내가싫다...아니 그녀가 정말 싫다.싫어.)
아들은 생각하면 할수록 참을 수가 없었다...(그래 내가 아버지에게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이 일만큼은 그냥 간과하고 넘어갈 인간이 아니다...내가 나이가 벌써 서른인데 내가 한일에 대해서 내가 책임을 지고 꼭 성공 할 수 있도록 하지. 내가 누군데. 전주이씨 사상공파32대손 아닌가. 함 볼까?)
아들은 아버지 서재 문고리를 돌리고 있었고, 넘지 말아야 할선을 또 넘고 있었다.
아버지 책상 앞 한참을 망설이던 아들...겁 없이 아버지 컴퓨터 푸팅...자신도 모르게 동창밴드로 들어온 아들...그녀에게 1:1채팅을 요청하였다.
엉!
바로 “안녕하세요!
(이 여자 간도 쓸개도 없나...아버지에게 그렇게 하고 나서 바로 대응을 하다니...뭠니이거...)
정말로 알 수 없는 일이네 동창이라는 울타리가 그런 것쯤은 바로 용서가 된단 말인가.)
아들: 호위무사 이옵니다...그간 안녕하셨는지요?
딸: 네.
아들: 일전에 양평에서 있었던 일은 약간에 오해가 있었습니다.
딸: 오해는 무슨 다 지난일 인걸요…….ㅎㅎㅎ
(오라 뭔 오해가 있어서 그랬다…….어쩐지 그 날 엄마가 속상하다며 혼자 양주를 반병이나 마시고 그럴 놈 같지 않은데 알 수가 없어 그 인간.정말…….푸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들: 그리 생각해 주시니 감사하옵니다.
딸: 제가 미안하죠.…….
아들: 그때 저에게 주려던 선물은 아직 간직하고 계신지요?
커플링 반지라고 하셨던 거 같은데…….
딸:?
(이건 또 뭐지…….)아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날 두들겨 패면서 말했던 커플반지 선물을 그녀가 모른다니…….이거 좀 이상하네.
아들: 정말 모르세요?
딸: 잠시 만요…….전화가 와서…….
(아니 대체 무슨 선물 이란거지…….) 딸은 이남자의 이야기를 종잡을 수가 없다.
(에라 모르겠다.…….)
딸: 아∼네
아들: 기억하시나보네요…….
딸: 그럼요
아들: 커플반지…….
딸: 그때 전해드리려고 했는데 죄송하네요.…….ㅋㅋㅋ
(아! 저번에 엄마가 액세서리 가게에서 한참을 고르던 그것이 반지였구나, 포장까지 하시던 그것이)딸은 그때에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엄마 뭐 산거야” 물어 보기가 무섭게 당황하며 핸드백으로 얼른 감추던 물건…….그때의 모습은 항상 당당하던 엄마모습이 아니어서 머릿속에 사진처럼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아들: 그거 지금 퀵으로 받아 볼 수 있겠는지요?
딸: 지금은 곤란한데요.…….^^
아들: 아∼네 그날 선물 주고받을 때 당신이 “샬롬” 하실 때 정말 당황 했습니다.
딸: 왜요?
아들: 왜? 란이요…….
(이상한데.그날 아버지에게 알려주지 못해서 모든 것이 들통 난 군대 암구호 같은 것을 모른다, 반지도 모르는 것 같고...뭐지
이건 아닌데...엉! 혹시 그녀가 아닌가?요것바라…….한 번 더 확인을…….)
아들: 당신은 “샬롬”난 “아멘”이였는데 그걸 그새 잊으셨어요....ㅎㅎㅎㅎ
딸: 잊기는요.아멘.그랬죠…….ㅋㅋㅋ
아들: 이제 기억나시나 봐요?ㅎㅎㅎ
딸: 그럼요.
(아! 그녀가 아니다...아멘이 아니라 “긍휼”이었는데......,근데 누구지?이 작자는...혹시 나처럼 그녀에 자식인가...그렇다면...중딩,고딩, 테스트는 해봐야겠다...뭘로 할까? 애들인지 성인인지...뭐 좋은 것 없나…….그래 )
아들: 책 좋아하세요?
딸: 네∼독서광입니다…….ㅋㅋㅋ
(책 이라면 내가좀 봤지......,)
아들: 그럼 심심한데 제가 제목을 말하면 저자를 바로바로 대답하는 게임입니다.
재한시간 5초입니다.
딸 :재미있겠네요.
아들: 아Q정전?
딸: 노신.ㅋㅋㅋ
아들: 개선문?
딸: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아들: 그럼 주인공 직업은?
딸: 외과의사...^^ 좀 수준 있는 것으로 하시죠...서부전선은 이상 없다 로도 유명하지요.메롱..
아들: 잘하시네요…….사유란 무엇인가?
딸: 마르틴 하이데거…….^^
아들: 와∼우 존재와 시간?
딸: 허버트 리드…….맞나?
아들: 땡…….입니다…….동일저자입니다.하이데거…….
딸: 그럼 존재와시간의 핵심은 뭔가요?
아들: 하이데거의 존재론은 실존철학이라고 오늘날 부르죠.산과들은 물론 동식물들에 존재를 증명하는 것처럼 인간을 인간이 존재론적으로 해석하는.뭐 그런 얘기…….고리타분한…….철학서적입니다.
(보통은 넘는 수준 .성인이네…….아버지 동창이라면 이런 문제를 금방5초안에 대답하기 힘든 나이인데 기억력도 그렇고……. 젊은 놈이다…….남자인가, 여자인가? 궁금하네…….똑똑한 놈.)
딸: 아∼네 .똑똑하시네요…….ㅋㅋㅋ 농담입니다.
(아니.이 아저씨 아는 게 장난이 아니네…….유식하네.엄마가 관심 보일 정도면 어련하시겠어…….괜찮네.이정도면 새 아버지가 되어도 좋을듯한데. 엄만 왜…….성질을 내고 치를 떨 듯이 얘기한걸까? 아마 내숭이지.내숭이야…….나도 여자지만 원래 좋은 사람 만나면 내숭 먼저 떠는 거 그런 거지...)
아들: 그럼 그때 저랑 약속하신 인증 샷 들어주실 거죠?
딸: 네. 그럼요 약속인데…….
(대체 뭐지…….여기까지 와서 발뺌 할 수도 없고. 그래 엄마를 위해서…….함 하지 뭐…….)
아들: 문제는 전에 나에게 한 것과 동일합니다.…….다만 남산타워 가시면 봉수대가 있고 그 봉수대를 바라보고 두 번째 봉수대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셔야 됩니다. 단 그 사람이 젊은 총각일 것, 붉은색 티를 입은 사람이여야 합니다.
딸: 잘 알았습니다…….지금부터시작인가요?
아들: 네
아들은 전에 당했던 문제를 내고나서 붉은 티를 찾아 입고 남산타워로 날을 듯이 뛰쳐나갔다.
딸은 봉수대 언저리를 서성이며 붉은 티를 입은 총각을 찾고 있었다.
“참…….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딸은 투덜거리면서도 그리 싫지 않았다.
(아! 저기 붉은 티다…….앵 아니네. 머리가 벗어진 대머리 아저씨 저녁노을을 받아 일명 주홍이네…….아 저기.할아버지.) 딸은 이리 저리 눈을 돌려가며 붉은 티를 쫒고 있었으나 인증 샷에 적합한 사람을 찾기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붉은 티를 입은 젊은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그때 “저 남자다!
다가가서 정중하게 인사하고 부탁을 해보았으나 퇴짜, 그에 애인인 듯 한 여자가 들으라는 듯이…….
“오빠 저 여자 좀 이상한 같은데 남자사진을 찍어 뭘 하려고 그런 부탁을 해”
멀리서 이 관경을 유심이 보고 있던 아들 (어! 저렇게 젊은 여자를 아버지가…….뭔가? 지금이 상황이…….그녀를 만나면 저번 채팅한 장본인이 나라는 것을 밝히고 아버지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용서와 함께 관계개선에 일조하고 싶었는데…….지금 그녀는 젊어도 너무 젊다…….아까 채팅시 의구심이 적중한 것이다…….그녀가 아니다…….그럼 저 젊은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알아보자…….)아들은 그녀 앞으로 다가간다.(멋진 몸매와 얼굴, 거기다 지적으로 보이기까지 괜찮네. 나의 스타일 인걸…….)
“저∼어”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네…….저요”
“네”그녀는 한발더 가까이 다가온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아름답다…….) 아들은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까지 두근거린다. 부전자전이라더니…….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그러져 뭐, 어려운건 안이죠.(제발 봉수대…….)아들 마음의 눈길은 봉수대를 향하고 있었다.
“저기 봉수대에서 사진 한 장만…….”(진짜네 이 여자…….)
“아.네…….찍어 드릴게요. 갑시다.”사내는 능청을 떨며 봉수대 쪽으로 향하였다.
“핸폰 주세요. 찍어드릴게요”
“그게 아니고 제가 그쪽을 한 장 찍고 싶어서요.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두 번째 봉수대를 가리킨다.
사내가 망설이자 그녀는 낮은 소리로 “미안해요 한 장만 부탁드려요”제차부탁하자 사내는 못이기는 척 그녀가 가르치는 봉수대에 섰다.
사내는 이 여자가 채팅한 그녀가 맞는다고 확신이 들자
“이유를 알고 싶은데요.
“그건 말하기가…….좀” 망설이는 그녀…….
“그럼 저도 부탁한가지 드려도 되죠.
“뭔데요”
“저랑 커피타임 가능한지요?
“좋아요” 그녀에 웃는 모습이 너무 순진하고 예쁘게 보였다.
사내의 마음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녀에게 사로 잡혀가고 있었고.
사내는 두 번째 봉수대에 기대곤 활짝 웃는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였다.
“저도 한 장 …….”그녀도 같은 장소에서 사내 핸드폰에 자신의 얼굴을 담아주었다, 왠지 그래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핸드폰에 한 장씩의 사진을 담고나 서 연인처럼 남산 산책로를 따라 시가지 속 조용한 카페, 커피와 함께 마주 앉았다.
“남산은 자주 가시나 봐요”사내는 웃음을 속으로 삼키며 입을 열었다.
“밑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올라간 적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아요, 어느 아저씨 덕분에…….”
“아저씨요”사내는 모르는 척 묻는다.
“네…….그런 일이 좀 있어요.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아까 채팅할 때에 낱말들이 떠오른다.
중년의 나이에 그런 만남을 하는 엄마.그리고 그 아저씨.그들의 시대를 잘 알 수는 없지만 순수하고 장난스럽기도 하고 촌스러운 로맨스 같기도 하고…….
“생각이 많으신가 봐요”
“아닌데요, 엄마가 취직도 못하는 단세포 짐승이래요.
“하 하 하”사내가 큰소리로 웃는다.…….
“미안합니다, 저는 그렇게 안보 이는 데요, 우리 통성명이나 하고 얘기하는 것 어떻습니까?
“좋아요 저는 소영 이예요 박소영”
“얼굴만큼 이쁜이름 이네요, 저는 이승 이라고 합니다.”
“이승요,그럼 외자 세요”
“네, 자랄 때 친구들이 이승 저승 하면서 많이들 놀리곤 했어요.
승이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대뜸
“소영씨 샬롬, 해 보세요. 그러자 그녀 자신도 모르게 놀랐는지 벌떡 일어서며
“당신이 그럼 그 아저씨…….아니 엄마친구…….나에 예비의부…….”머리가 혼란스러운지
그녀는 낱말 조각들을 입에 물고 잠시 고민하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며
승이에 뺨을 사정없이 후려 팬다…….
잠시 승이가 멍하고 있는 사이 “에잇”하며 뾰족한 구두 발이 정강이를 후려갈기자
그 고통이……. 일주일 전 아버지에게 맞은 고통은 새발에 피였다.
“아니 왜 이러십니까? 영문이라도…….”
승이는 고통을 참으며 죽어가는 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는데…….또 귀싸대기 작렬…….어쿠.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승이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따져 물었다.
“대체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나 맞자…….내가 뭘 잘못했는지…….”승이는 전강이를 촐싹대듯 비비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카페가 떠나가라 소리친다.
“에이 이 나쁜 놈아! 울 엄마도 모자라서…….나까지 꼬여내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나쁜 놈아!
“울 엄마가 바보지. 저런 나쁜 놈 인줄도 모르고”그녀는 울면서 앞에 놓인 뜨거운 커피 잔을 들더니 승이를 향하여 집어던진다.
순간 승이는 반사 신경이 작동했는지 손으로 막아 냈으나, 그 고통이야 말하면 잔소리였다.
“아! 뜨거” 승이는 아예 바닥에 뒹굴며 딘 손을 후후 불다, 정강이를 비비는 꼴이 가관 이였고 그녀는 울면서 돌아갔다.
한참 후에야 승이는 거짓꼴이 되어 카페 문을 나섰다.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버지가 신문을 읽고 있다, 승이는 아버지를 보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버지, 동병상련이 무슨 뜻이 여요” 아버지는 아들을 한참을 바라보더니 안됐다는 말투로
“어이구…….대학을 똥구녕으로 나왔다는 뜻이다. 실없는 놈…….저녁은 먹었냐?
“식탁위에 차려놨다.”
“네......,고마워요 아버지”
승이는 매일 쓰는 일기를 오늘만큼은 안 쓰기로 마음먹었다.
창밖에는 아들의 마음을 아는지 굵은 장대비가 밤새 쏟아지고 있었다.
어떤 바보.5
아버지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 작성중이다.
아버지 핸드폰이 울린다.(김정호에 하얀 나비…….음. 생각을 말아요, 떠나간 님인데…….꽃잎은 시들어도.슬퍼하지 말아…….)컬러링에서 다운 받아서 입력 해들인지가 수십 년인데 아직도 그 노랫소리…….참 고지씩 하신건지 게으르신 건지, 승이는 아버지 행동에 시선이 머문다.
“여보세요”
“아…….네”
“안녕하세요.
“어디요…….네. 그럼 제가 7시까지 그리로 가겠습니다.…….네…….네…….그럼 있다가 뵙겠습니다.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아버지 제스처 아들 승이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버지 어디 가세요?
“잠깐 나갔다 오마.”
시계를 보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아버지 면도하고 머리도 감고……. 아니 국경일 오늘 같은 날 어딜 가시는지 군대 5분 대기조도 저 만큼은 빠른 동작은 못할 듯싶다.
웃음도 나고. 허둥대며 집을 나서는 아버지…….아버지의 노트가 나 좀 봐라 하는 것 같다.
(뭐지…….일기장이구나…….)승이는 덮으려다 말고 열어본다.
(어! 오늘 쓰신 일기네…….)눈은 글을 보면 읽어 내려가는 습관성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2015년 8월15일 광복절
날씨: 환장하게 청명하다.
새벽 그녀의 몇 줄 안 되는 문자 매세지에
하루가 멍 했다.
수많은 말 중 아픈 말만 골라내는 재주가
실로 놀라울 따름이고 그 한자 한자가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그녀를 많이 좋아했었나보다.
주책인지 모자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슬픔이 스믈스믈 사춘기 봄 타는 소년처럼 배어나온다는 것에
스스로 놀라고 한편으론 고무적 위안으로 접어 넣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였는데 인연의 소중함을 소홀한 것에 대한 죄 값인 모양이다.
이런 아픔을 언제 겪어 봤나싶다.
가슴이 아직도 뛰는 것을 보면 애증도 아니요
증오도 아니고 사랑도 아닐 진데 무엇이 이 늙어가는
육신에 훈풍을 언제 그리 많이 불어넣었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마력을 소유하였나보다.
스스로 치유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소주 통 한번
빠졌다 나오면 조금은 스스로의 안위를 찾을 것도 같다.
약간 비유가 상한 것이 있다면 성별 적 이해와
유무식이 조금은 지배하지 않았나 생각되나
그것은 나의 몫은 아닌 것 같아 내심 편안하다.
그녀 말대로 좋은날은 또 올 것이고 슬픈 날도
또 올 것임을 우린 무언으로도 충분히 가름 할 수
있기에 오늘 밤 뙤창 넘어 보이는 별빛이 두렵지 않다.
(아! 그녀에 관한이야기…….)승이는 그때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 그 아줌마에게 그렇게 당하시고 잊지 못하는 것을 보면 분명 사랑하고 계신가 보다.
난 그때 그녀의 딸에게 죽도록 터지고 할 말도 못하고 왔던 기억만하면 온 몸에 소름이 돋고 TV 시청 중 애국가 2절 남산 타워 영상만 봐도 그녀에 대한 아픈 기억이 생각나곤 하였다.
그 중 다행인 것은 딸을 통하여 그녀의 엄마에게 지난 일에 대하여 소상히 메시지를 전달했고
어느 정도 오해도 풀려, 아버지와 그녀 어머니에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된 것 같았다.
오늘도 아버지의 표정에서 승이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엄마를 만나러 나간다는 것을 …….
벨소리…….
“저를 기억하시나 모르겠네요…….”
“누구시죠”
“저.일전에 남산에서 만났던 소영인데요......,
“아∼알고말고요!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날 이였는데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 후에 승이씨 메시지 받고 많이 후회하고 반성도 했습니다.”
“그 때 일을 용서해 달라는 의미로 저녁 사고 싶은데 시간 어떻씬가요?
“저는 술을 더 좋아하는데요.
“좋아요 술 살게요”
“감사합니다, 어디로 가면될까요”
“아∼네 거기알고 있습니다. 몇 시요?네.알았습니다.”
아들은 그녀에 딸을 만나러가고 아버지는 그 엄마를 만나러 가고…….이거 이상하다.오늘…….
“아∼이 이 선생님 술 좀 천천히 드세요, 또 전처럼 꽃뱀 어쩌고 하시면 다시는 안 볼 납니다.”
“강 여사 절대 그 런일 없을 겁니다, 오늘은 적당히 한잔하고 일어설 것이니 럼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이 선생님은 그러실 거라 믿지만 술이라는 것이 어디 선생님을 가만 놔두겠어요…….호호호”
“오늘은 믿어도 됩니다, 하늘에 맹세 까지 하고 나왔습니다…….정말.”
“이 선생님은 제가 그렇게 좋으세요? 강 여사는 눈웃음을 치며 물어온다.(치아가 아름답다…….)
“아…….그럼요, 말하면 뭐 하겠습니까.”
“그럼 구체적으로 어디가, 그렇게 좋으세요?
“다 좋습니다, 모두다요! 모두다” 승이 아버지는 서서히 술기운이 몸 구석구석 젖어 가고 있었고 의식적으로 실수가 염려되었던지 눈에 힘도 넣어가면서 머리를 가끔씩 흔들 기도하였다.
그러나 버틸 수 있을까?기대되는데…….
“그럼 강 여사님은 저에 어디가 그렇게 좋으세요?
“특별히 좋은 곳은 모르겠고 사람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분 같아서 맘에 끌렸죠”
“내가 너무 솔직했나봅니다......,호 호호
“일전에 아드님이 저의딸을 통해 메시지 보낸 것을 봤는데 아드님이 인물도좋고 효자인가 봐요, 사위 삼았으면 하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술이 얼떨떨한 이 선생 뭔말인지 잘이해가 안가는 듯 강 여사를 바라보자.
강 여사는 (이 양반이 또 취기가 오버했나…….)그때 이 선생이 혀 돌아간 소리를 한다.
“뭐요 결혼 예기요”
“네”말을 꺼내놓고 쑥스러워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이 선생이 큰소리로 웃는다.
“ 하하하…….결혼이라 좋지요…….합시다! 까짖거 뭐 대단한일이라고”
이 선생은 자기와 강 여사의 결혼으로 착각한 모양이다…….실로 난감하다. 오늘도…….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갑시다, 어디 가서 속궁합이나 보고 헤어집시다.
“네 그래요” 강 여사 자식 놈들 궁합 보자는 줄 알고 급한 마음에 자리에서 먼저 일어서자
“참 뭐가 그리 급하십니까? 이 술 마저 들고 가셔도 늦지 않으니 염려 붙들어…….됩니다.” 이 선생은 이제 말끝도 맺지 못하고 횡설수설이다.
나머지 술을 다비우고 일어선 이 선생
“오∼눌.은 제가 기분이 정말 좋은날이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 이중 …….하날…….겁다.딸 꾹…….어∼억…….김브∼ 조우타”
“저도 좋습니다. 오늘…….가시죠! 이 선생 아예 맛이 같다…….
그 때 김정호 하얀 나비 노래가 이 선생 귓가에 들려오고…….
이 선생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지며 “어디서 울리는 거야” 핸드폰을 찾고 있다.
길옆 카페에서 흘러나온 소리건만 이 선생 자기 핸드폰 소리로 착각하고 열심히 뒤지는 꼴이 가관이다. 옆에 뭐하나 보고 있던 강 여사…….그 모습이 우습게 보여든지…….호 호 호
이 선생 핸드폰 찾다가 그녀의 웃는 소리에 힐끗 보더니(그렇게 좋은가.속궁합이.참 과부마음 홀아비가 안다고.그럽시다. 우리 오늘밤 고목에 불 한번 확 지펴봅시다…….강 여사)
강 여사 이 선생 몸을 못 가누고 휘청거리는 것이 염려되어 팔짱을 끼고 부축한다.
“렛스고입니다, 갸∼여∼사” 취할 대로 취한 이 선생 이번에는 담배를 찾느라고 이주머니 저 주머니 뒤지며 법석을 떨다…….핸드폰을 꺼내더니
“요놈이 여기 있었네. 하더니 어디엔가 전화를 건다.
“승이냐…….이쁜놈.애비다”
“아버지 어디세요? 묻는 말에 걱정스러움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응 여기......, 잘 모르겠다…….인사동 어딘 것 같은데…….근데 여기는 호텔 같은 거 없냐?
“호텔은 왜 찾으세요?
“강 여사가 속궁합 한번 맞추자고 한다…….아빠는 오늘 외박이다…….흐흐흐 승이야, 먼저자라…….이놈 사랑한다…….”
아들은 순간적으로 뭐가 잘 못되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아버지, 강 여사님이랑 같이 계세요?
“응…….왜”
“좀 바꿔 주세요.
“야…….이놈아, 네가 왜 내 애인을 바꿔 달 내냐 이놈아.”옆에 듣고 있던 강 여사
“이 선생님 핸드폰 주세요.”
“아드님이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희 아버지가 뭘 오해 하신 거 같아요.
“뭘”
“속궁합 말씀 하시는데 무슨 말씀이신지요?
“승이랑 소영이랑 혼사 얘기하다 나온 얘기니 너무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은데 아드님은.”
“네, 저희 문제는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렇게 잘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승이는 아버지의 취중 생각을 전하기가 수치스럽고 부끄럽기 도해서 말을 접어버렸다.
“소영 어머님 근처 커피숍에 잠시계시면 제가 아버지 모시러 가겠습니다.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습니다.”
“호 호 역시 효자네요 빨리 오세요, 부축하기도 힘드네요.”
다음 날 아버지는 취중 손상된 기억들을 짜 맞히면서…….(어제 강 여사랑 같이 속궁합. 같이 자고 헤어졌나.…….근데 승이에게 업혀 들어온 것 도 같고…….)뭐지…….이 거참…….모를 일이네…….
“에∼승이야!
“어제 나 언제 들어왔니?
“기억 없으세요, 소영 씨와 어머니랑 같이 우리 집에 왔다 갔는데요.
“뭔 말이냐?
“제가 어제 소영 씨랑 만나고 있었는데 아버지 전화 받고 소영 씨 어머니랑 같이 아버지 모시고 집에 왔어요.
“그럼 나랑 강 여사랑 같이 속궁합…….아니다”
이 선생은 그때서야 어제 있었던 상황을 엮어 정리하였다.
속궁합의 아쉬움을 어찌말로 다 하겠는가,그 염병할 하얀 나비 노래만 없었어도 에잇…….생각할수록 아쉽고 강 여사 미소 가득한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음∼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인데∼(.젠장.뭘 생각을 마라 뭐가 지나간 일이고…….속터져…….)승이가 핸드폰을 들고 와
“아버지 전화.” 하며 건넨다.
“S사 이동통신입니다”
“근데요”
“아버님 쓰시는 핸드폰을 무료 바꿔 드립니다…….어쩌고…….저저고…….”
아버지는 통화를 하다 말고 벽에 던져 버렸다.
1년 후 나와 소영 씨는 부모님의 인연 덕에 결혼식을 올렸다.
식장을 나오는 아버지 뭐가 허전하신지 하늘을 한참 보고 계신다.
“사돈…….” 강 여사다.
“무슨 생각을 그리 오래 하세요? 강 여사가 예쁜 미소를 머금고 물어온다.
“아…….네…….속궁합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네” 강 여사는 속도 모르고 대답한다.
“사돈 술이나 실컷 먹으러 갑시다!
“또 요…….무섭습니다…….사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