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통에 젖은 마에스트로>

by 유성 posted Jun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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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하루를 마무리 짓고 잠을 청하기 위해 잠자리에 누웠는데, 가슴 언저리에서 무언가가 맥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 맥동은 기존의 심장의 움직임과는 다른, 그렇다고 완전히 맥락이 벗어난 움직임은 아니었다.

-

그것을 인지하게 된 것은, 그 움직임이 불규칙적인 박자를 내세워 나의 주의를 끌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이질적이며 거칠기 짝이 없는 불쾌한 움직임.

처음에는 그 불협화음의 지휘자가 심장이라고 생각했다.

조화로운 하모니를 연주해야 할 심장이 불협화음이라니!

나는 걱정에 휩싸여 곧바로 가슴에 손을 얹고 심장의 동태를 살폈지만, 다행히도 심장은 평소와 다름없는 잔잔함을 연주하고 있었다.

불협화음의 마에스트로는 심장이 아니었다.

그러자 혼란에 휩싸인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심장 가까운 곳에서 불쾌하기 짝이 없는 움직임이 다시금 강하게 울려 퍼졌고, 그 곳에 손을 올린 순간 애통에 젖어있는 마에스트로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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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이며, 불쾌한 움직임의 주인이 심장이 아님을 깨달은 후에는, 진짜 주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다 못해 쏟아 부었다.

앞서 말 했듯이, 그 움직임은 소름끼치도록 불규칙적이고 이질적인 움직임이어서, 마치 내 소유가 아니면서도 내 안에 속해있는 느낌을 주었다.

불규칙적인 움직임은 계속해서 불규칙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불규칙이 지속되지 않는 불규칙, 그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불규칙이었다.

이질적인 움직임은 계속해서 이질감만을 뿜어대지는 않았다.

익숙하면서도 처음 보는듯한 기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이질감이었다.

내 안에 속해 있지만, 나와는 별개이며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존재.

나는 이 존재를 알 것 같으면서도 전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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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존재를 알아차리기까지는 3시간이 걸렸다.

날뛰는 존재와 그로인해 놀란 심장을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모두가 피로에 의해 휴전협정을 맺자, 몽롱한 안개 속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네가 나타났다.

너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말하려 했고, 나는 필사적으로 귀를 기울였지만 끝내 네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 무기력함에 눈물이 흘러나왔고, 비탄에 빠진 마에스트로는 그 눈물에 반응하여 레퀴엠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연주를 바치는 대상은 죽은 이가 아닌 꿈에서 사라진 그대였다.

-

요동치는 존재의 정체를 알 것 같다.

이것은 분명 너의 조각이다.

널 그리워함에 이끌리는, 내 안에 아직도 남아있는 너의 조각.

내 안에 남아있는 너의 조각은, 널 향한 그리움을 못 참고 이렇게 울부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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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너를 향한 그리움을 못 참고 그리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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