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뚫고 자라난 네잎클로버

by 혜승 posted Jan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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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따스하게 인사를 건네는 나에 너는 수줍게 볼을 붉힌다. 눈을 감으면 밝아지는 세상에 홀로 서있는 너, 그리고 나.

 

너와 내가 처음 만난 비가 내려오던 날. 큰 구멍속 몸을 떨고있는 너에 왜인지 가슴언저리가 울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조심스레 너를 감싸안아 집으로 데려왔다. 너는 내게 저 하늘의 달에서 온 천사라고 하며 웃어보였지만 그 웃음에는 눈물이 흐르는 듯 했다.

 

 

 

 

", 지수!"

 

 

나이에 맞지않게 어리숙한 말투로 네 이름을 소개했다. 어렸을 때 있었던 운석충돌에 의한 충격이라며 웃어보였다. 이를 악물고 노력한 끝에 이정도 발음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그 힘들었던 시간들을 모두 헤아리지는 못해도 토닥여줄 수는 있었다.

네가 살던 그 달이 아스팔트 같더라도 널 감싸줄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저기에 가며는 엄마랑 동생 있어!! 그런데 괴무리도 있어.."

 

 

밝은 미소로 달을 가리키는 너에 눈물이 흘렀다. 네 몸 곳곳에는 깊은 상처가 가득했고 모두 괴물의 짓이었다. 그 상처 하나하나를 보듬어주었지만 흉터는 아물지않았다. 괴물로부터 피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네가 살던 그 달이 아스팔트 같더라도 구멍이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괜차나?"

 

 

그 날 너는 구석에 웅크려서 숨을 못 쉬고 있었다. 난 널 꼭 안았고 넌 처음 느끼는 포근함에 눈물 흘렸다. 내 품에 안겨 한참을 울다가 널 바라보니 서글픈 미소를 짓는다.

네가 살던 그 달이 아스팔트 같더라도 널 안아줄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뭐하는 거야?"

 

 

오랜만에 온 엄마에게 밝은 웃음으로 인사했다. 여기느 지수야- 옆에 앉아 떨고 있는 네 등을 토닥였다. 왜그래? 걱정이 되어 물었지만 넌 아무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구석으로 숨어보였다. 괜찮다고 어르고 달래었지만 넌 그저 아니라는 말만 내뱉었다. 엄마는 한숨을 쉬며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후에야 너는 긴장을 풀었고 난 안도했다.

네가 살던 그 달이 아스팔트 같더라도 네게는 부드러운 곳이었으면 한다.

 

 

 

 

", 일어나봐. "

 

 

엄마는 날 일으켜세워 내 팔을 꼭 잡고는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지수는? 지수, 나 업쓰면 안되느데."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날 하얀 차안에 태웠다. 하얀 차 안에는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한참을 가서야 깨달았다. 내가 가고 있는 곳은 정신병원이라는 것을. 도착해서는 두 사람이 날 부축했다. 온 몸에 힘이 풀렸고 어느 순간 누군가가 내 앞에 앉아있었다.

 

 

"지수느? 지수 어딨서?"

"지수가 누구에요?"

"천사!! 달에서 온 천사에여!!"

 

 

 

 

 

 

 

따스한 진료실, 의사로 보이는 여성과 50살은 가까이 되어보이는 여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로 말하는 쪽은 전자.

 

 

"어머님, 환자분은 상태가 조금 심각해요. 어렸을 때 장애가 있었나요?"

".. 열병을 앓아서 장애가 있었어요. 훈련덕에 지금은 괜찮아요."

 

 

전자의 여성은 안경을 고쳐쓰며 힘겹게 입을 떼었다.

 

 

"제가 본 바로는 아버지에게 학대를 경험했었고 어머니는 환자분을 창피해했고 고된 훈련으로 스트레스 굉장히 많이 받았네요. 맞나요?"

".."

"환자분에게 '지수'는 토끼인형이 아닌 자기자신이에요. 환자분은 그때 토닥여주고 돌봐준 사람이 없었고 다시는 자신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지수라는 분신을 만들어 자신이 감싼 거에요."

 

 

후자의 여성은 이 말을 듣고 적잖이 충격을 먹었는지 낯빛이 어두워졌다.

 

 

-

 

 

그때 고막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하얀 가운을 입은 4명의 의사들이 소리의 근원지로 뛰어갔다. 그 자리에는 숨이 멎은 환자와 햇빛을 받으며 빛나고 있는 토끼인형이 편지를 들고 있었다.

 

 

 

 

 

[ 지수에게 ]

 

아스팔트를 뚫고 자란 돌연변이가 있었다.

그 누구도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축복하지 않았고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눈엣가시였고 신의 실수였다.

상처에 의해 생겨난 돌연변이일 뿐이었다.

괴물은 그녀를 짓밟았다. 욕을 했고 침을 뱉었다.

모종은 그녀를 부끄러워했다. 존재를 무시했고 감췄다.

 

돌연변이는 자기의 못난 부분을 잘라버리려고 했다. 하루에 한번씩 아주 조금씩 찢고 찢었다.

하지만 그 찢어진 부분은 계속적으로 아물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소리가 날까 입을 틀어막고 한참을 울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다. 눈이 오고 해가 떴다.

따스한 햇빛 사이 그녀의 존재가 드러났다.

 

그 돌연변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을 받았고

남들과 다른 모습에 사람들은 그녀를 특별하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찬란한 그녀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네잎클로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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