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by 혜승 posted Jan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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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캄한 암흑 속 3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비로소 날개를 뻗었다.

밝은 빛, 시원한 바람, 찬란한 아침, 그리고 그 가운데의 나.’

 수많은 갈등 속 고난과 인내로 가득했던 그 기간. 내가 존재하는 지조차 의문이었던 그 기간. 그 기간을 버틸 수 있던 이유는 단 하나, 오늘이다.

 캄캄한 암흑 속에서 나오니 눈부신 햇빛이 나를 비췄고 조금은 시린 바람이 내 날개를 간질였다. 내가 꿈꿔왔던 암흑 밖의 세상은 푸르고 밝았다. 아름다웠고 또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감탄하기도 전에 잠자리 한 마리가 날 위협했다. 가까스레 도망치니 군침을 다시는 거미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즈레 겁을 먹고 다시 재빠르게 날아 연잎 위에 앉아 숨을 돌리려니 개구리의 긴 혀가 내 옆의 파리를 낚아채갔다.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보니 그 개구리의 커다랗고 돌출된 눈이 내 눈앞에 있었다. 난 다시 날았다. - 하며 혀가 내 날개를 스쳤다.

장미꽃엔 가시가 있기 마련이지-’ 하며 오늘의 공포를 애써 합리화시켰다.

 나뭇잎 사이에 몸을 숨기고서 눈을 살며시 감았다. 그러다 배가 고파져 나무 위로 날아올랐지만 아까 전의 그 따스한 햇살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동그란 돌멩이 하나가 하늘에 떠있었다. 평소 같으면 의문을 가졌겠지만 배가 고파 밝은 곳을 찾아 떠났다.

 오고 가는 벌레들 사이에서 굉장히 많은 차이점을 보았다. 땀 흘려 일해도 날개가 너덜너덜해져 병원 한번 가보지 못한 벌레도 있는가 하면 수십 년은 더 산 듯한 벌레에게 반말을 해대는 날개에 온갖 튜닝을 한 벌레도 있었다.

 가까워진 빛에 행복한 미소를 띠고 먹이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누군가가 나의 등을 건드렸다. “, 너 하루살이지?” 모기였다. 날 아는 체 하는 그에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왜 여기 있어?” 그는 이상해하며 물어왔다. “배가, 고파서요.” “? 아하하하, 너 참 웃긴다.” 배를 잡으며 마구 웃는 그에 기분이 나빠져 인상을 찌푸렸다. “, 미안. 너 진짜 모르는 구나.” “뭘요?” 퉁명스레 묻는 나에 소곤소곤 대답했다.

하루살이들은 입이 없어. 퇴화됐거든. 그래서 하루밖에 못살아.”

 나무 중에서 가장 높은 나무 잎사귀 위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동그란 돌멩이를 쳐다보았다. 그는 춥고 외로워보였다. 옆의 별들은 빛났는데 돌멩이는 그저 돌멩이일 뿐이었다. 평소 같으면 의문을 가졌겠지만 왜인지 모를 위화감에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은은한 빛, 차가운 공기, 조용한 밤, 그리고 그 아래의 나.’

 이 또한 나쁘지 않네- 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