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지는 나라>

by 유성 posted Jun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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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멀끔하게 차려입은 아이가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있다.

그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던, 푸르른 눈동자를 지닌 아이가 끝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음을 던진다.

“뭐해?”

질문이 깨트린 침묵, 아니 그 침묵이 답변이라고 해야 할까, 덕분에 푸른 눈을 지닌 아이는 적잖게 당황해하며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

정황상 옷을 멀끔하게 차려입은 아이가 푸른 기운을 가진 아이의 곁을 떠나려는 것이 분명했다.

‘어째서?’라는 의문이 퍼런 눈동자를 힘껏 뒤흔들었고, 그간의 우애 있게 지내던 지난날들이, 같이 행했던 뜻 깊은 일들이 죄다 거짓처럼 느껴졌다.

때문에 새파란 눈동자를 지닌 아이의 마음은 걱정, 배신감, 분노, 두려움 등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그로 인해 형성된 혼란이 그를 집어 삼켜, 아이는 한편으로는 강경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유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전후사정을 모르는 이가 그 표정을 보았으면, 절대로 한 사람의 표정이라고는 생각 못하리라.

그렇게 이중성의 표정을 지은 채로, 멀끔한 아이의 옷매무새를 평가하기 시작한 퍼런 아이였다.

단정한 아이의 옷차림은 언제나처럼 깔끔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그의 행동은 전혀 신사답지 않았다.

-

나무랄 데 없는 옷차림을 한 아이는 쏟아지는 질문과 비난에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눈빛으로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곤란스러움을 토해냈을 뿐이다.

그 흔들리는 눈빛은 그의 내면에서 격돌하고 있는 ‘현실’과 ‘신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푸르른 친구를 떠나는 것이 영 찝찝했지만,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이미 자신의 의견을 눈빛으로 수없이 뱉어댔는데.

그는 그렇게 푸르스름한 아이의 곁을 떠났다.

-

눈앞에 닥친 현실과, 머나먼 곳에 있는 신념의 차를 무조건적으로 이겨내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닥친 현실을 택한 그의 행동이 서운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만큼 그는 세상이 인정한 강자였기에, 또한 그의 언행은 오랜 세월 간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었기에, 더욱 그런 것이리라.

-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그로인해 삶을 살아가면서 그룹에 속하는 것을 피해갈 수 없다.

그룹은 언제나 구성원들에게 공통적인 목표를 제공해주는데, 그 목표를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시선은 세상에 비슷한 사람은 존재해도 완전 똑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각각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룹 안에서의 일어나는 견해의 차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 또한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아가느냐는 것이다.

사실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겠지만, 모든 이의 입장을 완벽히 헤아릴 수 있는 방법이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그렇다면 부디 갈등을 해결해 나아가는 방향이 강자의 입장이 아닌, 약자의 입장에서 시작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부족한 글 솜씨로 인해 더욱 명확하게 묘사하지 못하지만, 그 방향이 보다 인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