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없는 놈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by anonymous posted Nov 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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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는 놈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10만원으로 한 달을 너끈히 살아가는 김 씨란 사내가 있다
어느 날 저녁 잘 나간다는 친구 놈 여럿이 김 씨를 불러내었다
간단히 술 한 잔 하자며
그래서 김 씨는 꼬불쳐 둔 돈 가운데 10만원과 
오갈 차비 5천원을 안주머니에 고이 넣고
보무도 당당히 약속장소로 나갔겠다
- 까짓 밥 한 끼 쏘지 뭘
이날 나온 친구 놈들은 모두 일곱 놈
- 만 원짜리 먹더라도 2만원은 남겠군
그런데 어럽쇼 이놈들 처음부터 누구 기죽일 일 있나?
말로만 듣던 광어회에 쐬주가 아닌 양주타령
게다가 입가심으로 전복죽까지
머릿속으로 아무리 뚜드려 봐도 계산이 나오지 않아
말로만 듣던 광어회 목에 걸리고
- 양주는 독해서 대신 맥주를 마시겠다 
짐짓 사양했지만 양주 좋은걸 김 씨인들 왜 모르겠나
횟집주인장 눈이 삐었는지 골리려는지 
계산서를 하필 김 씨에게 은근히 전해 올리는데
흘끔 들여다보니 일금 62만7천원
친구놈들 우르르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참으로 재수 옴 붙었다 싶었다
떡대란 놈 롤렉스시계 번뜩이며
- 어이 주인장 계산서 주소! 
일갈에 김 씨 모기소리로 
- 계산은 내가 하꾸마
떡대란 놈 왈 
- 그럼 2차는 니가 사면 될 거 아이가
김 씨 조금은 용기를 내어 
- 그럴까?
친구 놈들 와르르르 몰려간 곳은
온천장에서도 물 좋기로 유명한 1급 룸살롱
쭉쭉 빵빵 아가씨들 대가리수대로 들어와 살포시 앉고
거 이름도 고약한 시바스리갈인지 로얄살루트인지 
놈들 맥주 마시듯 양주 들이키는데
부어라 마셔라 저마다 흥청거리고
제 아가씨 떡 주무르듯 주물러가며 기분을 내지만
김 씨야 옆 아가씨 손목 한번 잡아보기는커녕 얼굴 한번 똑바로 못보고 
소태 씹은 얼굴로 양주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그렇게 서너 시간 죽어라 마셔댄 술값이 자그마치 3백2십만4천원이라
김 씨 눈앞이 캄캄하고 두 다리 휘청거려 걸음도 못 옮기겠는데
우거지란 놈 악어가죽지갑 척 꺼내들더니
- 마 야들 팁은 내가 주꾸마 대신 2차 가는 건 너거들이 알아서 혀라 
라며 10만 원권 자기앞을 다발로 꺼내 들더니
석장씩 인심 쓰듯 나누어주고는 
제 파트너에겐 특별히 한 장을 더 얹어준다
김 씨 계산서 다소곳 대령한 덩치 좋은 고릴라상의 지배인에게 
짐짓 호기를 가장하기를
- 내 오늘 지갑을 빠뜨리고 왔는데 낼 오후에 내게 와서 받아 가슈
똥배란 놈 덩치 좋은 고릴라상의 지배인 어깨를 뚜드리며 
- 박 형 여기 김 사장 앞으로 이집 단골 될 낀데 잘 모시도록 하슈
덩치 좋은 고릴라상의 지배인 의외로 굽실거리며 
- 예 사장님 그리합지요 대신 여기에 사인과 전번을……
친구 놈들 제각기 아가씨 하나씩 꿰차고 뿔뿔이 흩어지는데
김 씨 비틀거리며 택시를 잡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 흔한 게 택시인데 오늘따라 택시 잡겠다는 놈들이 왜 이리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