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단(人身賣買團)
으슥한 골목길
봉고 하나가
사람 눈 피해
숨은 듯 멈춰있다
짙은 썬팅의
차창을 통해
골목길 오가는
사람들을 엿본다
- 저 노란 옷 입은 여자 어때?
- 임마, 저건 밥맛이다
- 그럼……, 저기 저 회색 티 입은 여자는?
- 글쎄……, 넘 나이가 들은 거 같어
별 두 개짜리와
별 네 개짜리가
싱싱한 생선 고르듯
이리 재고 저리 잰다
별 두 개짜리가
소주잔을 기울인다
별 네 개짜리가
컵라면을 먹는다
- 저 여잔 어때?
- 어……, 제법 삼삼한데!
- 그럼, 저걸로 하자
- 값을 좀 받겠구나!
하얀 바지에 빨간 스웨터
날씬한 몸매에 갸름한 얼굴
나이는 어림잡아 스무 살 안팎
이른바 물오른 영계
스르르 미끄러지듯
다가서는 봉고
검은 그림자 하나가
그녀를 낚아챈다
- 누…… 누구세요?
- 왜…… 왜 이래요?
- 누군 누구야? 나지
- 왜는 왜야? 잔말 말고 따라오면 되지
지나가던 사람들
흘끔흘끔 곁눈질하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제 갈 길로 간다
건장한 사나이 하나
목울대 벌컥거리며
마른침 삼키곤
처억 버티며 앞을 막는다
- 무…… 무슨 일이요?
- 왜…… 왜 그래요?
- 쨔샤! 넌 무시기야?
- 얜, 집 나간 내 마누라다
머쓱해진 사나이
가던 길 재촉하고
웅성거리던 구경꾼들
썰렁하게 흩어진다
머리채 휘어 잡힌 꽃다운 청춘
봉고 속에 빨려들듯 사라지고
봉고는 속력 다해 골목길 나선다
그리고
예나 다름없이 골목길
사람들이 오간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