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나도 사랑스런 그녀
예삐는 강아지를 키우다가 귀찮아지면 늘 내게 키우라며 맡겨왔던 선배가 2년6개월 전인 2007년1월초, 내가 다대2동 도개공아파트에 막 입주하고 나서 4일쯤 지났을 때 데려온 당시 4개월 된 강아지였다.
당시 강아지 티를 막 벗어날 때였음인지 그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다만 당시엔 3킬로그램 정도 나가던 몸무게가 지금은 13킬로그램 나가니까 몸무게로 보아 네 배가량 더 자란 셈이다.
선배는 5년여 전 검정색 바탕에 흰 무늬가 있었던 콩콩이와 4년여 전 누런 잡종견 멍멍이, 그리고 영국산 요크종 나비를 데려왔었다. 나비는 며칠 되지 않아 집을 나가 잃어버렸지만, 콩콩이나 멍멍이는 1년 가까이 키웠기에 정도 들만큼 들었고, 헤어졌을 땐 여간 섭섭하고 허전했던 게 아니었다. 예삐 못잖게 자식처럼 키웠던 것이다.
평소엔 돈이 없다가 모처럼 돈이 생기면 예삐가 즐겨먹는 사료와 간식부터 여유 있게 구입하고, 그 다음으로 내게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한다. 마땅히 먹일게 없어 예삐가 굶기라도 한다면 그게 여간 마음 아픈 것이 아니다. ‘맛있는 거 내놓으라’는 눈빛과 표정은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끼니때만 되면 오로지 한 끼의 맛있는 먹거리로 흡족해하는 강아지들……, 그러면서 주인에겐 맹목적인 충성과 애교로 보답하려는 강아지들…….
언젠가 무지막지한 주인이 몽둥이로 머리통을 으스러져라 내리쳤음에도, 그로인해 죽어가면서도 주인을 향해 뭐가 그리 반갑다며 꼬리치는 개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떠올린다.
인간이 제 아무리 잘난 존재라 해도 그 심성에 있어서만큼은 동물의 존귀한 심성을 결코 따라 잡을 수는 없으리라. 따라서 내세가 존재한다면 동물의 영혼은 천국에 이를 것이나, 인간의 영혼은 지옥불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나는 우리 예삐를 마주보면서 흥얼거린다.
“너 만큼은 내가 끝까지 책임져주마. 그러니 살아있는 동안 결코 아프지 말고 늘 건강해라.”
2009/07/27
▲ 얼마 전 사료며 간식이며 강아지 집이며 등등 40여 만원어치를 한꺼번에 구입했다.
먹이 탐사에 나선 예삐의 분주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