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다 놀리지 마라
느리다 놀리지 마라.
작은 불씨에 쉽게 타버리지 않았기에,
꺼져가는 불씨에도 모든것을 태웠기에,
타고 남은 재까지도 다시 한 번 태우기에,
느리다 놀리지 마라.
주름지다 놀리지 마라.
깊은 생각 끝에 건질 것 없는 벅찬 세상
내 생에 남길 것은 깊은 지층뿐이었다.
그 지층엔 정든 체향, 그리운 온기가 있으니,
주름지다 놀리지 마라.
꿈이 없다 욕하지 마라.
그대 내삶에 들어와 살지 않았기에,
내 생에 전체가 꿈이었기에 볼 수 없던
잡히지 않아 그저 살았던 꿈이기에,
그저 말하지 못하였을뿐,
그대여, 나에게
꿈이 없다 욕하지 마라.
양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