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게
아름다움을 머금은 꽃이여
저를 이름 없는 풀꽃이라 낮추지 말아라
이 세상 무엇보다도 황홀한 꽃이여
정처 없이 떠도는 바람의 자유를 빼앗았다 한탄치 말아라
그 황홀함에 젖어있는 바람을 일깨워주기 위해 일찍 져버리지 말아라
아무리 아름답고 황홀한 꽃이라도
피고 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순리이거늘
허나 그 아름다움을 지키고 보듬고 싶은 것도 반문할 수 없는 이치구나
저를 이름 없는 한 낱 풀꽃이라 칭하는 이여
작은 바람의 발길을 빼앗아갔다 슬퍼하지 말아라
슬피 울어 이미 져버린 그 아름다운 꽃을 잊지 못하여
사라져버렸던 어리석은 바람을 위하여
다시 한 번 피어준다면
내 어찌 다시 바람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