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修身
우리 몸의 세포는 7년이면 모두 새로운 걸로 바뀐다던데
7년마다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건가?
기억이 뭔지
남도 날 기억하고
나도 날 기억하고
두려워하는 버릇
절망하는 습관
외면하는 습성
나이고 싶지 않은 나는 죄다 기억해서
7년이 아니라 70년이 지나도
나는 어제의 나로 남을 수밖에 없는 건지
나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려는
세포의 노력이 가상하여
이제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나은 내가 되려
뭔가 해보려 할 즈음
내 안의 세포들은 힘이 다하여
마지막 7년을 견디고 있는데
문득,
두려울 때 들려오던 목소리
절망할 때 다독이던 손길
나를 돌아봐주던 눈길
이런 것들의 기억이 죄다 떠올라
이제는 내가 내안의 세포들에게
소리치는데
변할테니 지켜보라고
다음 7년을 한 번 더 살아보라고
소리치는데
그러다 그만
변해가는 내 모습에 넋이 팔려
소리 내지 않고
7년이든 7일이든 개의치 않고
그저 변해가는 내 모습에 눈물겨워
다가올 어둠은 개의치 않고
나도 두려워하는 이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되고
나도 절망하는 이가 기다리는 손길이 되고
나도 누군가를 돌아보는 눈길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