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
시를 쓰려면 마당은 아니더라도
방바닥 정도는 써야지
마루는 이제 진부하잖어
이제 그만 방에 대하여 쓸 때도 되었지
손님을 모셔도 방안에 더 모셨고
내 어머니가 울어도 마루보다는 방안에서 더 우셨지
빗질도 다듬이질도 걸레질도
마루보다는 방바닥에서 더 했지
마루가 낭만적이긴 하지
쪽 갈라진 나무 틈새
오며가며 생각도 많이 끼이지
그래도 우리는 방에서 살잖어
우리가 집에 살 때는
마땅히 방바닥에 들러붙어 살지
시를 써서 계란이라도 삶으려면
마당은 스리슬쩍 넘어가도
방바닥은 드러내야지
날 때도 방바닥에서 나잖어
죽어도 방바닥에 드러누워 죽어야 제맛일게야
저기 마루 아래
마당 여기저기에
사는 것들 죽는 것들
조근조근 쓸 요량 없으면
그저 내 몸뚱이 부비고 있는
방바닥이라도 써야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