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 - 박동혁
검은 선, 얇은 흰선, 그리고 굵은 검은선... ...
희검은 선들이 단조롭게 누워있다
새벌건 태양이 뜨고
천둥소리가 그들을 깨울 때
직선은 의미로써 살아난다
시도 그렇다
검은 글씨, 흰 종이, 그리고 검은 글씨들... ...
눈동자가 뜨이고
뇌리에 번개가 그들에게 칠 때
글자는 생명으로 다가온다
코드 - 박동혁 (군대에서 쓴것)
명칭 GP - K5000
부호 GPE - GP - K5000(B)
상호 지피전자
제조자 Great Pleasure Electronics
제조년월 7W082SPHFB - REV4.0 24015543
이름 박동혁
부호 남자
상호 육군 상병
제조자 박성*과 장준*의 아들
제조년월 1993년 05월 2x일 0x:00
너는 키보드이고 나는 난데
더분한 수식어 속에 싸여
너가 넌줄 내가 난줄 모르겠다
너는 너고 나는 난데
도서실 - 박동혁(고등학교 야자실에서 쓴것)
대낮에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곳
그곳에는 애처로히 불빛 몇개가 버티고 서 있다
절대어둠 속에 앞이 한치도 보이지 않는 곳
그곳에는 펜 소리와 종이 소리만이 들리운다
가녀린 불빛 몇개가 어둠 속 길을 밝히듯이
누군가, 거기 있는 사람도 그 불빛을 따라
살아가겠지
시 - 박동혁 (내가 시를 쓰면서 생각한 것)
미친듯이 써내려간 미친 시
미친놈이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미친 동작으로 미친 글자들을 써내려간다
미친 세상, 미치지 않은 것이라곤
내가 미쳤다고 아는 나 자신 아닐까?
자판 - 박동혁 ( 새벽까지 친구들과 놀다가 새벽에 집들어가는 길에 쓴것)
다른 이들은 쉴새없이 일하는 데
혼자 나지막히 그들을 지켜본다
분명 나는 그들옆에 있는 데
이런 게 군중 속의 고독일까?
괴리감만 드는 밤
Prt Sc sys Rq, Scroll Lock, Pause Break
가 눈에 들어온다
2014년 7월 19일 22:21의 기록 - 박동혁(군대에서 연등하면서 쓴것)
여름날 밤 후덥찌근한 공간 속에서
선풍기 하나 빙그러니 돌고있다
선풍기 날 돌아가는 모터 소리 속에
나 하나 빙그러니 앉아있다
조용한 처절함 속에서 펜 소리만 들리우고
흰 종이 속에 모든 것을 개워낸다
휘 갈겨 쓴 글자들은 저마다의 위용을 뽐내며
친구들과 삼삼오오 춤을 춘다
광란의 축제 속에
철학자가 피어나고
사물이 생명으로 깨어난다
종이 마침표가 직어질 무렵
그들은 모두 다시 읽힐 순간을 그리며
기약없는 잠에 든다
반사 - 박동혁
본체에 전원을 누르려는 순간
검은 모니터 화면에 내가 비친다
나는 문득 어느 기사가 떠오른다
불투명하고 애매한 모습
사람들은 인터넷 상에서 이런 모습들로
살아가고 있겠지
그들은 그들의 모습이 애매해진 틈을 타
칼을 들이밀고 각종 협박에 공갈을 일삼는다
어느덧 불이 꺼지고 그들이 세상을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살아간다
독자에 대한 나의 생각 - 박동혁
작가, 위인들의 촌철살인과 같은 명언들
어록에 중독된 자들
마음의 불이 일다가
지푸라기 타듯이 또 다른 자극을 찾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독자라 부른다
아이돌 - 박동혁(무서운 팬들에 관한 뉴스를 보고 쓴 시)
TV LED 속에 비치는
고깃덩어리들의 향연에
미친 그대여
음악이라는 이름 아래
팬이라는 가면을 쓰고
섬뜩한 표정을 짓는 그대여
그대는 노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