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밤의 살얼음판
걸음도 잘 못 떼는데
내 몫은 언제나
날 무딘 스케이트화 뿐
남녘에도 폭설은 내려서
몇몇 도로가 통제됐다는데
중산간에 걸린 차는
안팎으로 엉금엉금
고작 며칠 거기 머물던 나는
몸도 맘도 모두 바쁜데
도로엔 눈 쌓여 온통 하얗고
초행길에 유턴하기를 여러 번
어쩌다 휴양림 입구
길이 끝난 데까지 다다랐는데
바퀴 하나는 눈덮인 길을 푹 얼싸안고
공회전하기를 몇 차례
먼 데 달 하나와
졸음 가득한 가로등불 하나
방향 잃고 멈춘
내 안의 두근대는 것 하나
그 후로 이따금 막막할 때마다
그 밤의 인상이 생각나
무사히 그러나 조금 떨다가 방에 들어선 날이면
꼭 그런 마음이 되는.
어떨 땐
온 우주가 요만한 방 하나만하겠구나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