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
나 올라가요, 더, 더, 올라가요
어젯밤 당신을 위로해주고 나는
반쯤 가벼워진 맥주캔 그 속에서
올라가요, 더, 더, 올라가요
당신이 책상 위에 올려놓았기에
나는 더욱 더 하늘에 가까워졌죠
그래서 나, 더 빨리 올라가요
반지하 조그만 창문 조그만 틈으로
비집고 비집고 힘겹게 나가야 해요
그래서 나, 한번 더 돌아보기로 했어요
그러니 어서 나를 잡아줘요
비가되어 그대를 적셔버리기 전에
-정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