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조현호
예뻐라
싱그럽게 솟아오른
부드러운 꽃잎들이
봄바람에 온몸 맡겨
우수수 휘날리는
분홍 눈발들
풀밭에 소복이 쌓인 우아함을
스스럼없이 즈려밟으며
흐뭇한 미소를 던진다
그러나 한때 이곳은
거친 자갈뿐이었지 않은가
몹쓸 돌풍에 둘러싸여
아둥거리던 씨앗이
마침내
거친 차돌 이부삼아
실낱같은 뿌리내리고도
서리에 몸을 떠며 햇살을 기다림은
봄빛을 믿음이었을까
한톨 씨앗이
뿌리내리기까지,
줄기를 솟아올리기까지,
가지를 늘어뜨리기까지,
봄을 맞기까지
잔뿌리만큼의 흠집을
잔가지만큼의 진딧물을
품고, 견뎌야 했다.
봄
절박함 끝의 영광은
발아래 밟히는 우아함
그 이상의 아름다움 아닌가
잿빛 바람에 풀풀대는 씨앗들아
봄꽃이 잿빛을 아른하게 물들일 그날을
꽃향기가 설움을 녹일 그날을
작은 가슴 가득이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