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조현호
아빠,
이런 상상을 해봤어요
만약 ‘돈’이 ‘휴지’라면?
친구로부터 ‘두루마리 휴지’
‘한 개’를 빌리고
‘스무칸’씩+이자로 ‘두칸’씩
갚아가겠지요 ‘두칸’씩 ‘세칸’씩 더 빌리고 더 갚아야겠지요
‘열 여섯칸’으로 쌀을 사고
‘두루마리 하나’로 월세를 내고
‘다섯칸’으로 봄옷을 사입고
‘두루마리 하나’를 도둑맞으면
‘두루마리 하나’가 모잘르다고 우리는
집에서 길바닥으로 나앉겠지요
코 풀은 ‘휴지’ 똥 닦은 ‘휴지’ 안가리고
하하 허허 위아래 오가며
건네우며
활짝 웃음꽃 피울 사람들
을 생각하니 더럽기도 한데
부럽기도 하면 왠고하니
‘휴지’ ‘휴지’ 내 ‘휴지’ 하며
잠결에-꿈결에-대낮에
아우성치는 아빠모습이 훤해서요
우리 식탁
위에 그것을 놓구서
서로 ‘휴지’ 가지겠노라
소리치고 내것이노라
발길질하는
가족의 아우성이 눈에 훤해서요
사랑으로 가득 찬
‘돈’에 대한 우리집이지만…….
아빠, 약속 하나만 해주세요.
응 뭐라고 아싸 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