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 좋다

by salt posted May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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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나는 오는 날이 좋았다

그런지는 나도 모르지만

나는 오는 날이 그냥 좋다

 

소리는

 

산속에서 듣는 오는 소리는 너무 차뷴해서 좋고

냇가 소리에 섞이는 오는 소리는 맑아서 좋고

지붕 오는 소리는 단잠을 깨워도 좋았다

 

소리는

 

창문 두드리는 소리는 어딘가를 가고 싶어지게 하며

우산 소리는 문득 아련한 비닐 우산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앞마당 처마 빗소리는 김치 부침개 생각이 나게 만든다

 

소리는

 

추적거리는 속을 우산없이 그것도 혼자 걷고 싶게 하기도 하는

있지도 않을 옛사랑이라도 있는 같게도 하고

짐짓 시인 같은 새침한 사색에 빠지게도 하는

퇴근길 주막같은 허름한 막걸리 집에서 두어 막걸리도 생각나게 하는

그런 맘을 갖게 하는 같아 좋다

 

오는 날의 조용한 소리는 

가끔 나를 

조금 멋적지만 

나도 모르게

어설픈 시를 쓰게 하는 분위기로 만들어 주는 같다

 

이래서일까 

그래서일까

나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

그냥 

좋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