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봄,

by 라송 posted Feb 06,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때는 봄, >

 

때는 봄,

싱그러움이 햇빛을 타고 세상에 내려앉았을 때

귓가에 나긋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너와 나를 가까이 마주 놓았어

수줍은 듯 손을 잡은 우리는 봄을 처음 맞는 사람 마냥

봄의 가운데 서서 벚꽃의 축복 아래 사랑을 나눴어

벚꽃 하나 꺾어 네 귀에 걸어주니 꽃도, 너도

살랑 입꼬리를 올렸었지

사랑해, 하는 간지러운 말 대신 나를 향해 듬뿍 웃어주었던 너는

봄비라도 되는 듯 포근함을 주었어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향기가 난다는 거,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자비없는 세상이 허락을 해주지 않아서

벚꽃잎이 나무를 떠나기 전에 멀어져야 했어

 

 

한창 아름다워질 때 헤어져서 그런 건지

아름다운 것들에게서는 네가 보인다

 

 

나비가 화려한 날개로 사뿐히 날아 다니면

소박한 날개짓으로 나들이 가자고 하던 네가 떠올라서

하늘이 세상을 비추면

깊이를 알 수 없는 너의 두 눈이 떠올라서

구름이 햇님과 술래잡기를 하면

너와의 추억이 보란 듯이 떠올라서

더없이 행복한 그들을 질투하고 말아

    

 

어느덧 너와 보기로 약속했던

올해의 마지막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저 굵은 빗방울에는 너와 내가 만났던 달콤한 첫 만남

저 가는 빗줄기에는 계속 뒤돌아 보며 떠나던 너의 뒷모습

길고 짧은 추억들이 수없이 흘러내려

    

 

봄아, 내 손으로 들어오렴

우리 집에 가자

    

 

봄이 가고, 여름이 가도

담아 간 물방울에게서 미련 없이 향기를 들어야지

그럼 네가 오겠지

꽃다발을 품에 안은 네가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