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러지게 핀 베란다의 바닥을
물걸레로 문지르는데
청소를 하는 것 뿐인데
소란을 피우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유리창을 가로 막고 빠알간 젤라니움 한 송이가
다행히
내 눈을 가려 주었다
자칫 했으면
추악한
저 바깥 세상을 볼 뻔했다
(요즘 나는 청소하는 재미로 산다/추악한 저 바깥세상/잊고 살려고/젤라니움이/
하루의 시비를 걸어오는 눈길을 피해/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촛불이며/태극기며/제 멋대로 해석하는 에널들의 수다에/멀미나는 세상/
종일 특검으로 도배되는 TV에/눈을 가린 채/바닥이 닳도록 청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