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종

by 강승대 posted Apr 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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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종


시골길 고철들 사이에서

늙은 종을 보았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흠집이 뺴곡히 새겨져 있다


아버지 손도 그랬는데

어렸을 땐 부드럽고 작은 내 손 때문에

상처 많고 투박한 아버지 손은

쇠인 줄 알았다


진자 쇠들이

날카롭게 녹슨 고철들 사이

그 좋을 고철로 두고 싶지 않았다


종을 들고 오는 시골길에서

종은 내 걸음에 흔들리며

쇳소리가 섞인 종소리를 애처롭게 냈고

걸음 뒤로 녹을 흘려댔었다


집에 와서 그 종을 닦고 다듬어

조심스레 처마에 걸어두었다


처마에 걸린 늙은 좋은

우리 집에 바람이 들어올 때면

가장 먼저 소리 낸다

마치 나를 부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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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생겨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