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근하던 나를 안온히 부리어놓고
푹 곰 삭이다 보면
알싸하게 돌아가는 세상
잠시 망아忘我될 수 있어 넉넉해지거늘
가슴 찡한 그리움만 오롯이 남겨두고
객지 같은 고향이 되어버린 내 고향
세월은 너무 멀리멀리 나를 가두어버렸네
물색고운 수채화가
철따라 다분히 그려지고
예쁜 비밀 간직한 채 속살거리는
작은 새떼소리 듣는 것도 가슴 떨린다
눈 지그시 감고도 그려지는 그림
깊은 속사랑이 송아리송아리 여물어
가슴 뭉클하게 만져지는 그림
두 눈으로 바라보기엔 시린 생채기
달콤하고 향긋한 하늘빛에
흥건히 젖은 가슴 한 점 보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