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대하여
흙이 칠백년이 넘도록 느티나무를 일으켜 세웠고
느티나무는 내가 자란
마을을 지켜 주었네
아버지의 시간과
어머니의 시간을
일곱 아이가 갉아 먹고
뒤로 누운 시간
큰 아이 책장 속으로 기르던 소를 보자기에 든 아버지가 지나가고
검게탄 수건속에 배추같은 아이들 호미질하는 어머니가 지나가고
가뭄이 절망처럼 갈라져도
깊은 가슴속
출렁이는 사랑에 아이들은 자랐네
헐거워진 시간
초가는 슬라브 집으로 바뀌고
논밭을 집어 삼킨 제지공장이
피워 올리는 하얀 연기가 온 마을을 덮을때
흙으로 자란 철없는 시간들이
느티나무 가지마다
무성한 그리움으로 팔랑팔랑 물결치고 있네
(2018년6월15일 전국노인문학공모전 입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