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풀어버린

by 결바람78 posted Oct 01,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kaJssn4.jpg

 

네게로 가는 길

 

떼풀로 자라고 싶은 것임을

볕바른 산비알의

꽃말이 되고 싶은 것임을

너는 아니.

 

빛과 어둠 사이

만질수록 덧나는 상처 사이

이제는 푸른 웃음하나

 

목덜미가 젖은 풀잎들은

그리워

햇살의 골목이 그리워

헐렁한 노래들을 저리 산란하고 있는데

 

내 가난한 영혼이 빠져나가기에도

턱없이 좁아

쪽문 하나 제대로 내걸 수 없는

중심의 사연을 짐작이나 하는 거니

 

층층이 걸어놓은 암호마저

기꺼이 풀어버린 것을

너는 아니

그러나 네게로 이르는 길은

 

내 가난한 풀밭에

젖은 햇살로 걸리던 이여

그 길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