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 이르러
가만히 서 있는 것은
강이 될 수 없다고 하네
저 바람은 어제의 바람이 아니고
무시로 흘러내리는
저 강물도 어제의 강물이 아닐 것이네
스스로를 비울수록
깊어 닿을 수 없고
종내 깊은 속울음이 되는 것
무심코 흘려보낸 날들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 들여다보게나
어느 쓸쓸한 날
안개 자욱한 강가에 이르거든
가만가만 물어보게나
새벽 안개가 어디에서 오는지
그렇게 빠져나온 노래는
어스레한 날의 풍경이 되어
모든 서 있는 것들의 배경이 되는 거라네
하루를 끌고 온 강물이
기진한 허리를 꺾을 무렵이면
저 강둑,
뿌리가 허옇도록
제 몸에서 노래를 끄집어 내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