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난해진다면,
차차웅
하늘을 기던 오만함은
온데 간데 숨어, 숨어 버리겠지
눈뜬 새벽
우리가 아무리 외쳐도
외마디 돌아오는 건
밝은 아침일 텐데
아마 우리의 삶이
대부분의 시(詩)에서 그렇듯
어둠이 되어버린 이유는
아마 외쳐도
밝디 밝은 정오 때문일 테지
우리가 다시 가난해진다면
깊고 깊은 삶을 느껴보리라
높은 해 밝은 정오 말고
깊고 깊은 동틀 무렵을 느껴보리라
담배에 몸을 맡기고,
차차웅
인생이 고파서
삶의 무게를 맡기고
연거푸 공중위로 띄운다.
나에게서 세상에게로
얇띠막하고 기다란 한 까치에
나쯤 몸을 맡겨도
뚝. 뚝
담뱃재만 떨어질 뿐
자신의 몸을 태워지며 사는
그들의 숙명적인 삶앞에
나는 다시 돌아가
흐느낄 뿐이다.
내 기억의 유년
차차웅
저녁연기 피어오를 때면
아랫집 개는 컹-컹 짖었다
나는 옥숫골에서 감천내리막따라
전용 네발자전거를 타고
싱, 싱 내달리고 있었다.
홀로 올라갔다가 홀로 내달려오는 길
배꼽시계가 정각을 이룰 때면
나는 타박타박 울리는
내 발자국소리 따라 돌아갔었다
해가 다 저물어갈 때 즈음이면
할아버지는 가끔 고기를 삶으셨다
보약이라면서
보약에 대한 일장연설을 늘여놓으시고
터줏대깜에게 비시고
식어가는 재 앞에 기침소리 울리면
그제야 멈추시고는
쇠꼬챙이 하나 들고와서리
뒤적이며 꺼내시는
호일에 싼 감자
절경에 이르는 감천 골의 해는
영원히 삼키고 싶지 않은
아니 못햇으면하는
어릴 적 뜨거운 감자의 추억
삼색의 하루
차차웅
삶이 끝나는 하루에서도
그들은 저만치 허공을 처다볼 뿐이다
하늘은 파랗고
땅은 검붉고
그들은 검다.
우리들은 그들만 검다는 듯이하고
그들은 손가락질에
마음이 찔리고, 찔려 숨만
멎을 뿐이다.
멎을 뿐이다.
시대를 넘고, 넘어서 들리는 아우성은
필시 우리의 해방을 노래하는
노래만은 아닐터
오늘도 하늘은 파랗고
땅은 검붉고
그들은 검고
우리는 황색일 뿐이다.
공방과 황소가 사는 법
차차웅
그렇게 오늘도
배가 가득찬 사람은 게워내지 못한다
꾹,꾹 참아내고 참아낸다
게워내고 싶지않아도
게워내질것같아서
억지로 엎드려 참는다
그 엎드림은 저면
저 저 밑의 밑의 저면까지도
키스하고 싶은 마음이아닌
제가 다 먹으려고 하는
탐욕 탐욕의 엎드림이다
오늘도 바람은 차서
빗발치는 총성 앞에
배가 빈 사람은
어떻게든 게워내고 게워내서
다시 삼켜버린다
낮에 정오에
비는 아직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