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없는 하루
혹여라도 학교 가는 905번 버스를 놓칠까
나오기 전 집어 든 막대사탕 하나
늦잠의 대가는 4교시의 배고픔이요
막대사탕은 지난밤 숙제의 작은 너그러움이다
정신 옆에 두고 온 손목시계와
그로 인해 얻은 왼쪽 팔의 가벼움
그 무게감 또한 허전하지만
시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왠지 모를 자신감
시계 없이도 알아서 오는 버스와
시계 없이도 불안하지 않은 시험
다급해질수록
마음 한 켠에 퍼지는 여유로움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살아온 지난날이
한순간 허무해지는 시계 없는 하루이니
그 여유로움 속에서
유연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꿈만 같다
비록 내일은 다시 내 왼쪽 팔이 무겁겠지만
오늘을 잊지 않을 것이며,
오늘과 같은 삶을 살 수 있게 된
그 우연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