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by 연필심 posted Apr 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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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심연필


붉은 물감 풀은 듯한 노을과

고개숙인 벼들의 황금빛을

나는 사랑했었지


바짝세운 앙상한 몸가지와

얇게 걸친 엉성한 옷가지를 

나는 자랑스러워했지


짹짹이는 참새들의 지저귐과

귀뚤귀뚤 귀뚜라미 울음을 들으며

나는 즐거워했지


세월

이제 지쳤소


사랑하지 않게 풍경을 보는 것과

초라한 자신을 마주하는 것과

반갑지않은 소리를 듣는 것을 멈추고

이제 그만 쉬고싶소



기우뚱하며 쓰러져버린 허수아비를 농부는

그의 뿌리를 다시 박아넣기 시작했다

깊은 중심에

더욱 단단하게


허수아비는 모든 것을 그만하고싶었지만

농부는 그런 허수아비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제그만


이제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