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종
시골길 고철들 사이에서
늙은 종을 보았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흠집이 뺴곡히 새겨져 있다
아버지 손도 그랬는데
어렸을 땐 부드럽고 작은 내 손 때문에
상처 많고 투박한 아버지 손은
쇠인 줄 알았다
진자 쇠들이
날카롭게 녹슨 고철들 사이
그 좋을 고철로 두고 싶지 않았다
종을 들고 오는 시골길에서
종은 내 걸음에 흔들리며
쇳소리가 섞인 종소리를 애처롭게 냈고
걸음 뒤로 녹을 흘려댔었다
집에 와서 그 종을 닦고 다듬어
조심스레 처마에 걸어두었다
처마에 걸린 늙은 좋은
우리 집에 바람이 들어올 때면
가장 먼저 소리 낸다
마치 나를 부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