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大同
흐르지 않던데
한 방울의 물은 전혀 흐르지 않던데
흙 위에서도 돌 위에서도 흐르지 못하고
반들한 유리위에서나
그도 수직으로 세워야 겨우 흐르던데
그렇지
혼자서는 흐를 수 없는 게지
세상이 유리마냥 반들한 것도 아니고
수직으로 서서 기다려주지도 않지
모여야 흘러가지
한 방울 또 한 방울 그렇게 서로에게 안겨
더 커다란 한 방울이 되어야
발밑을 붙들어 매는 근적한 점성을
비로소 떨구어 낸다는 게지
전설로만 전해오는 바다로
무지무지 커다란 물방울이 거침없이 흘러
산맥마저도 삼킨다는 바다로
산마루 바위 틈새로 스며든 빗방울 하나가
수 천리를 흐르다 스스로 바다가 되었다는 전설은
또 하나의 빗방울과 얼싸안으며 시작되었다는 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