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담을 쌓는다.
노력보다 배경이 더 인정받을 수 있음을 알았을 때,
진심보다 그럭저럭 괜찮은 가식이 더 위로가 됨을 알았을 때,
화를 내야 하는 상황에 침묵을 하는 것이 더 안전함을 알았을 때,
퇴근길에 돌아오시는 아버지의 발걸음이 더 이상 크게 들리지 않을 때,
결국 피할 수 없는 세상과 맞서야 하는 건 꿈을 가진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내가 아니라
현실을 마주한 나 자신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찾아 떠도는 나인 걸 알았을 때,
난 담을 쌓는다.
그 누구도 쉽게 내가 쌓은 담을 넘어와 나를 마주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난 담을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