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나는 비 오는 날이 좋았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지만
나는 비 오는 날이 그냥 좋다
비 소리는
산속에서 듣는 비 오는 소리는 너무 차뷴해서 좋고
냇가 물 소리에 섞이는 비 오는 소리는 맑아서 좋고
지붕 위 비 오는 소리는 단잠을 깨워도 좋았다
비 소리는
창문 두드리는 비 소리는 어딘가를 가고 싶어지게 하며
우산 속 비 소리는 문득 아련한 비닐 우산 속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앞마당 처마 밑 빗소리는 김치 부침개 생각이 나게 만든다
또 비 소리는
추적거리는 빗 속을 우산없이 그것도 혼자 걷고 싶게 하기도 하는
있지도 않을 옛사랑이라도 있는 것 같게도 하고
짐짓 시인 같은 냥 새침한 사색에 빠지게도 하는
퇴근길 옛 주막같은 허름한 막걸리 집에서 두어 잔 막걸리도 생각나게 하는
그런 맘을 갖게 하는 것 같아 좋다
비 오는 날의 조용한 비 소리는
가끔 나를
조금 멋적지만
나도 모르게
어설픈 시를 쓰게 하는 분위기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이래서일까
그래서일까
나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
그냥
좋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