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대하여

by 키다리 posted Jun 17,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흙에 대하여

       흙이 칠백년이 넘도록 느티나무를 일으켜 세웠고

       느티나무는 내가 자란

       마을을 지켜 주었네


       아버지의 시간과

       어머니의 시간을

       일곱 아이가 갉아 먹고


      뒤로 누운 시간

      큰 아이 책장 속으로 기르던 소를 보자기에 든 아버지가 지나가고

      검게탄 수건속에 배추같은 아이들 호미질하는 어머니가 지나가고


      가뭄이 절망처럼 갈라져도

      깊은 가슴속

      출렁이는  사랑에 아이들은 자랐네


      헐거워진 시간

      초가는 슬라브 집으로 바뀌고

      논밭을 집어 삼킨 제지공장이

      피워 올리는 하얀 연기가 온 마을을 덮을때


      흙으로 자란 철없는 시간들이

      느티나무 가지마다

      무성한 그리움으로 팔랑팔랑 물결치고 있네

                                        (2018년6월15일 전국노인문학공모전 입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