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차 시 공모-박소영

by 초록이네 posted Dec 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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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높은 바다
시커먼 바다 앞에
혼자 서 있다
방파제에 걸려
넘어지는 물소리

내 삶도 높은
뜀틀을 넘지 못하고
시커먼 바다 앞에
울며 서있다

날 낳은 부모의
탄식소리도 들리고
내가 낳은 새끼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침묵으로 사라질
내 목숨 한 조각

달빛을 닮은 
가지런히 놓인
한 켤레의 신발



제목: 모름에게 물음
몰랐다
몰랐고
몰랐으니
모른다고 했다

모를 거야
모르겠지
모를 테니까
모르니까

제목:추락

비행기의 추락
한 남자의 사진
신혼의 아내를 남겨 놓았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미안하다 말 못하고
떠난 남자의 지갑

그것만이 남자가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

제목: 귀여운 초상

혈육을 죽이고도
배때기가 터질 정도로
너의 창자에 흐르는 기름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고상한 취미의 너는

시디신 위액이 넘어오는
뱃가죽이 등에 붙어버린
냉골 바닥에 누인 몸을
오늘도 짓밟는다

평화를 가슴에 품었지만
누군가를 향한 방아쇠가
온몸을 시리게 한다

제목:뒤집기
뒤집지 않으면 타버린다
한 번은 뒤집혀야 하는 불 위에 놓인 인생
머리를 땅에 박고
책을 거꾸로 읽어본다

제목: 숨
구겨진 종이에 쓰인 죽은 글자에
따뜻한 숨을 불어 넣는다면

목 늘어난 셔츠처럼 내동댕이쳐지기 전에
마른 잡초처럼 불구덩이에 던져지기 전에
구멍 난 양말처럼 버려지기 전에

제목: 아우성
쉬어버린 목소리
마음 속 아우성은 목에 걸려
터져나가지 못했다
녹이 슬어 뚜겅이 열리지 않는 깡통에
갇혀있는 음식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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