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사진
하루가 텅 빌 때면
그 하루 채워주던 사람
오늘도 반갑고 감사한 그의 연락
그런데
그 사람이 죽었다
장례식이 가장 멈춘 여명
활짝 웃고 있는 그 사람
술기운에 무심결
영정사진을 들었는데
사진의 무게가
내 여생보다 무겁더라
살아가며
이제 나에게는
잃어갈 일만 남았구나
덤덤해지기 위해서는
하루를 살면서
덤덤해지기 위해서는
제철 아닌 꽃에 흔들릴 때면
사랑하는 사람 얼굴 떠올리고
고깃덩이 핏물이 죄스러우면
나무 한 그루 심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이에 대해서는
결단코 침묵하고
어머니 끝 모를 한숨에는
현실과 타협하고
그렇게 해도
아무리 해도
파도가 인다면
제 성기를 손수 도려내고
흙바닥 잡초를 뿌리 채 먹고
혀뿌리를 잘근 씹어 삼키고
그저 상실하듯 살아야 한다.
그러니까
비우지 말아야 할 것까지
비워내고서야
비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