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 <불안>, <달이 밝게 빛나는 밤>, <달>, <뚝 뚝>

by 정성 posted Jan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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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 01045938554 / 2eoaltmxjfl@naver.com




<나무꾼>

 

나는 나무꾼

오늘도 열심히 나무를 하고 있어

 

쿵 쿵 쿵

영차

쿵 쿵 쿵

쿵 쿵 쿵

아이고

열심히 나무를 하고 있지

 

그런데

하루가

이틀이

사흘이

아니

한 달이 지나도

쓰러지지 않더라

 

왜 안 쓰러질까

왜 쓰러질 기미도 안 보일까

왜 나만 힘들까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말했어

나 너무 힘들어.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나는 멍청한 나무꾼

오늘도 나무를 하고 있어

아니

오늘도 바위를 찍고 있어

 

이렇게 찍으면 나도 바위도

모두 깨지고, 부서져 남는 게 없단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바보 같은 나무꾼

열심히 일하는 이기적인 나무꾼


<불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잘하고 있는 걸까

그것보다 내가 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너무 무섭다.

너무 두렵다

 

내 행동이 누군가를 보낸다는 것이

내 행동이 누군가를 잡는다는 것이

 

너무 무섭다.

너무 두렵다

 

뭘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달이 밝게 빛나는 밤>

 

달이 밝게 빛나는 밤이면

네 생각이 나

 

달빛아래 숨어서

몰래 연락하던

순수하던 우리 모습이

 

부끄러워서

겨우겨우 인사하던

귀여운 우리 모습이

 

너만 바라보고

너만 생각했던

한결같은 내 모습이

 

뭐가 문제였을까

뭘 잘못했을까

무엇이 부족했을까

 

달이 밝게 빛나는 밤이면

네 생각이 나

 

<달님>

 

알 수 없어

한 면만 보여주고

다른 한 면은 보여주지 않으니까

 

잡을 수 없어

하염없이 손을 뻗어도

잡히는 건 없으니까

 

놓아줄 수 없어

어둠 속을 빛내는

찬란한 모습에 빠져버렸으니까

 

차라리 알지 못했더라면 좋았을까?’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오늘도 널 부르고 있어

 

달님,

달님

 


<뚝 뚝>

 

뚝 뚝

무슨 소리일까

 

뚝 뚝

수돗물 세는 소리일까

아픔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일까

 

뚝 뚝

뚝 뚝

 

나는 모르는 척했다

붉은 물이

바닥과 만나는 소리인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이 소리가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로 들리길


이 소리가

수돗물 세는 소리로 들리길

바라면서


나는 모르는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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