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날
눈이 소복히 쌓인 날이구려.
간단히 찾아 입고
문을 여니
일 나간 그대의 발자욱이
아직 남아있구려.
부족한 나에게 온
미련스레 착한 그대가
나를 빛내주는구려.
그대가 남겨 논 발자욱
발 맞춰 저벅히 걸어보오.
그대와 함께 걷는 둣하여
매서운 바람마저 따뜻하구려.
아름다운 여자
날 언제나 미소짓게 하는 나의 임
그대여
이렇게 눈을 맞으며
같이 눈을 맞추며
나란한 발자국 새기며
오늘처럼 내일을 보내보구려.
눈이 소복히 쌓인 날처럼.
믿음
참으로 덧없는 인생입니다.
내 인생은 기다림입니다.
허울뿐인 그 사람의 말
꽉 부여잡고 제자리입니다.
무심한 시간
나를 변화시키고
희망을 좀 먹어도
기다려온 인생입니다.
마지막 모습
날 안아주고 떠난
그 사람 내음이 나에게 녹아있습니다.
세월이 나를 삼키고 있습니다.
세월의 뱃속에서는 그를 만날 수 있을까요
벌써 절반 이상을 먹혀
나약하고 병든 인생
내 품이 그의 약속을 기억하는 한
나는 잊을 수 없습니다.
참으로 미련한 인생이지요.
솔잎
그가 떠났습니다.
떠나는 그에게
기다림의 다짐을 남겼습니다.
여린 어린 새싹이 아닌
금방 시들어 버리는 한 떨기 꽃이 아닌
제 모습을 바꿔버리는 단풍이 아닌
쉽게 부서져 버리는 낙엽이 아닌
바람과 눈에 굴복하지 않으며
제 스스로의 향기를 지키는
소나무의 솔잎이 되어
그렇게 당신을 기다리겠노라고.
하고프나 하지 못한.......
오랜만입니다
안녕 하시나요
이 말밖에 하지 못했네요.
여전히 아름답군요
과연 그대입니다
어색한 손인사
돌아선 그대
뒷모습 또한 담았습니다.
눈에 물 가득 채워놓고
하고픈 말 맘에만 담아놓고
오늘도 그때처럼
뒤돌아섭니다.
힘없이 걸어가다
돌부리에 채여 넘어집니다.
아픕니다.
다친 곳이 아파
웁니다.
주위 사람들이
괜찮냐 물어옵니다.
난 답합니다.
네 많이 아픕니다.
지금 저는.......
허공에 흩날리는 소리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백발이 된 내가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한 나라의 국민이 되기 위해
젊음을 바쳤습니다.
한 나라의 국민이 되기 위해
여인이 되길 버렸습니다.
나의 나라를 삼킨 그들은
나의 세상도 삼켰습니다.
가슴에 새긴 가족
품 속에 구겨진 사진
눈물에 번져진 나의 기억
묻고 살았습니다.
이제 내 목소리를 내려니
늙은 성대가 제 몫을 내지 않습니다.
같은 세상을 사는
다른 기억의 이들은
나에게 묻으라 합니다.
국민이 되기 위해
나를 바쳤는데
국민도 아닌
여인도 아닌
버려진 나는
어디로 가야합니까.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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