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날 외 4편

by rladOwl posted Feb 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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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날

 

눈이 소복히 쌓인 날이구려.

 

간단히 찾아 입고

문을 여니

일 나간 그대의 발자욱이

아직 남아있구려.

 

부족한 나에게 온

미련스레 착한 그대가

나를 빛내주는구려.

 

그대가 남겨 논 발자욱

발 맞춰 저벅히 걸어보오.

그대와 함께 걷는 둣하여

매서운 바람마저 따뜻하구려.

 

아름다운 여자

날 언제나 미소짓게 하는 나의 임

 

그대여

이렇게 눈을 맞으며

같이 눈을 맞추며

나란한 발자국 새기며

오늘처럼 내일을 보내보구려.

 

눈이 소복히 쌓인 날처럼.

 

믿음

 

참으로 덧없는 인생입니다.

 

내 인생은 기다림입니다.

허울뿐인 그 사람의 말

꽉 부여잡고 제자리입니다.

 

무심한 시간

나를 변화시키고

희망을 좀 먹어도

기다려온 인생입니다.

 

마지막 모습

날 안아주고 떠난

그 사람 내음이 나에게 녹아있습니다.

 

세월이 나를 삼키고 있습니다.

세월의 뱃속에서는 그를 만날 수 있을까요

 

벌써 절반 이상을 먹혀

나약하고 병든 인생

내 품이 그의 약속을 기억하는 한

나는 잊을 수 없습니다.

 

참으로 미련한 인생이지요.

 

솔잎

 

그가 떠났습니다.

떠나는 그에게

기다림의 다짐을 남겼습니다.

 

여린 어린 새싹이 아닌

금방 시들어 버리는 한 떨기 꽃이 아닌

제 모습을 바꿔버리는 단풍이 아닌

쉽게 부서져 버리는 낙엽이 아닌

 

바람과 눈에 굴복하지 않으며

제 스스로의 향기를 지키는

소나무의 솔잎이 되어

그렇게 당신을 기다리겠노라고.

 

하고프나 하지 못한.......

 

오랜만입니다

안녕 하시나요

이 말밖에 하지 못했네요.

 

여전히 아름답군요

과연 그대입니다

 

어색한 손인사

돌아선 그대

뒷모습 또한 담았습니다.

 

눈에 물 가득 채워놓고

하고픈 말 맘에만 담아놓고

오늘도 그때처럼

뒤돌아섭니다.

 

힘없이 걸어가다

돌부리에 채여 넘어집니다.

 

아픕니다.

다친 곳이 아파

웁니다.

 

주위 사람들이

괜찮냐 물어옵니다.

 

난 답합니다.

 

네 많이 아픕니다.

지금 저는.......

 

 

 

허공에 흩날리는 소리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백발이 된 내가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한 나라의 국민이 되기 위해

젊음을 바쳤습니다.

 

한 나라의 국민이 되기 위해

여인이 되길 버렸습니다.

 

나의 나라를 삼킨 그들은

나의 세상도 삼켰습니다.

 

가슴에 새긴 가족

품 속에 구겨진 사진

눈물에 번져진 나의 기억

 

묻고 살았습니다.

 

이제 내 목소리를 내려니

늙은 성대가 제 몫을 내지 않습니다.

 

같은 세상을 사는

다른 기억의 이들은

나에게 묻으라 합니다.

 

국민이 되기 위해

나를 바쳤는데

 

국민도 아닌

여인도 아닌

버려진 나는

어디로 가야합니까.

 

김예지

ti33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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