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외 4편

by 신수빈 posted Feb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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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거울처럼 날 닮아가는

너를 통해 나를 보았다.

너란 사람은 거울의 뒷면처럼

조용히 날 비춰주었다.

네가 없는 난 흐릿한 투사체가 되어버렸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듯.

거울을 보며 웃어보았던 내 모습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듯이.

      

 

 

비 온 뒤

 

같은 비를 맞은 우리

젖은 옷처럼 말라버린 너

비에 맞아 감기에 걸린 나

 

 

 

편지

 

마음이 가는 데로

손이 움직이는 데로

하고 싶은 말 다 적는다.

빼곡히 적은 말들

전할 수 없는 현실

다신 부칠 수 없는

부질없는 편지

 

 

 

기억

 

그대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라도,

평생 그대가 용서 못 할 사람이라도,

가장 아픈 기억을 준 사람이라도,

그렇게라도 날 잊지 말아주세요.

그렇게라도 그대 곁에 남고 싶어요.

 

 

     

 

       

그 날

 

그 날은 혼자 보내 미안해.

그 날은 많이 아팠지.

그 날은 내가 너무 늦었지.

 

그 날을 아직도 후회해.

그 날 너를 조금만 더 볼 걸.

그 날 네 말 한번만 들어줄 걸.

그 날을 아직도 후회해.

 

너를 마지막으로 본 그 날.

 

 

 

재회

 

나중에, 우리가 아주 나중에

다시 만날까봐

늘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해요.

내가 마지막에 펑펑 울어서

그댄 못난 모습의 날 기억하겠죠?

 

나중에, 아주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면

마지막엔 나 웃을게요.

당신 옆에 내가 누울 그 날이 오면

그 땐 서로 웃으며 서로를 간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