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과 추억
최 정호
째깍째깍 시침은 돌아가련만
쳐다보고 또 봐도 해는 제자리
배고파 저녁끼니 목 빼는데
게으름 피우고 딴전만 부리고
달그락달그락 쌀 바닥 긁는 소리
여린 가슴 수세미질 하고
옆집보리 누렇게 익어 가건만
뒷심 자랑하는 파란입새 우리보리밭
뛰고 달려할 어리고 젊은 날은
날개 부러진 새되었고
흐르는 날들 창고 속
뽀얗게 먼지만 쌓여갔고
나 이제 기우는 한나절
붉은 점 입새 되고
자투리 앉아 있는 쪽빛마저
달랑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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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림 사 보리밭
최 정호
집 뒤 언덕에 오르면
눈앞에 버틴 봉실 산 중턱 학림 사
보리밭 눈에 가득 들어왔었고
아침햇살 가득히 확대경 통하여 보리밭 비쳐줘
파랗게 쑥쑥 자라는 학림 사 보리
양팔 벌여 눈바람 막아주는 봉실 산
햇볕 잘 받는 양지 뜸 보리밭
우리보리밭 땅바닥 달라붙어 잠깰 줄 몰라
겨울양식 쌀독 바닥 긁었는데
배불릴 쪽 밭보리 비리비리 굼벵이
옆집 보리 탐스럽게 종종걸음
언제나 일등
학림 사보리 무성하게 성큼성큼
누렇게 물들어 영글어가는 학림 사 보리
누른빛 번져가는 이웃 보리밭
느릿느릿 목 빼고 기지개켜는 쪽 밭보리
쑥쑥 자라라 손 모아도
비실비실 허우적허우적
꿩
최 정호
후드득 꿜꿜
꿩 떼가 옆 산을 향하여 공중에 떴다
열 오십도 아니고 백오십 걸음도 넘으련만
슬슬 꽁무니 빼도 눈치 채지 못 할 터인데
빠른 발 아끼려 날기부터 하나
목 비틀려드나 자지러져 꿜꿜
챙기지 못한 꽁지깃털
날개바람 올라타고 나폴 나폴
알 깨고 나올 때부터
달아나고 쫓기는데 닳고 닳아
기침소리 돌팔매질도 없는데
솔방울만 떨어져도 화들짝
쫑긋 부엉이 귀 되어
지래 겁먹고 날개야 날 살려라
완주 못할 단거리 선수
꽁지 날리며 날고 본다.
독사의 허물
최 정호
참전50 주년 잠실체육관
산골 울릉도까지 몰려온 참전용사들
빗발치는 총알 붉은 심장 향하고
빛과 어둠 가르는 전장 속
몸을 던졌던 그 젊음 그리워
얼룩무늬군복 무거운 군화
화려하게 빛나는 훈장 견장
치장하고 멋 부려
목젖 세워 합창도 해보지만
날카롭게 빛나던 눈빛 돋보기 안에
목 세운 독사의 서늘함은
풀 섶의 덩그런 뱀 허물
시와 포도
최 정호
포도 박사 컨설턴트 말
사정없이 솎아주세요
아까워도 열 알 중 일곱은
세알 키울 때 상품도 돈도 되네요.
말해도 듣지 않아요.
겨우 세알 따고
나도 네다섯밖에 못 따요.
시도 마찬가지인가
초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근사한 멋진 말 다 끌어 모아
나열하다 보면 수필
포도 섞어내듯 가차 없이 자르고
버려야 된다는 것을
초보생도 눈을 뜨나보다.
성명 최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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