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슬픈 거세>
할 줄 아는 게 없는
청춘들이여
너희들은
전부 거세당했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굴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그리고 너는
무엇을 건졌는가
건강이 사라지고
젊음이 사라지고
열정이 사라졌는데
그 손에
지금 무엇을 쥐고 있는가
텅 빈 두 손을 보며
네 삶의 비참함을 곱씹나
아니면 탯줄로 이어진
어미의 낡은 치맛자락을 원망하는 건가
청춘들이여
너희는 전부 거세당했다
오, 돈으로 살 수도 없는 젊음이
그 찬란하여 아름다운 것이!
초침이 지나서 영원히 흘러가면 돌아오지 못해
그래서 보석 따위보다 값진 시간들이!
전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낭비였음을
깨달아라
제발
그리하라 지금의 청춘들이여
깨달아라 시작될 청춘들이여
거세당한
우리들의 청춘을 위해서
<단장斷腸>
울음이 들려온다
서글픈,
달래지도 못할 울음
네 우는 것이
내 뜻이 아님에
오히려 서글퍼지는 것을
너는 누구의 중력에 이끌려
첫 울음을 토해냈는가
<신이 당신을 용서할지라도>
당신은 알고 계실 테죠
내 가슴이 토해내는 슬픔의 출처를
주먹으로 툭툭 치대 봐도
가시지 않는 이 먹먹함의 정체를
어떻게 해야 이 울음이 가실까요
당신은 알고 계실 테죠
아직도 아른거리는 듯 해요
물기 젖은 목소리, 울음소리, 숨소리,
슬그머니 발밑을 잠식하는 소리,
그것에 겁먹은 어린 떨림들이,
아, 신이시여 부르짖는 애원들이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어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더 아픕니다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기는 것보다
귓가에 아른거리는 소리들이
내 스스로를 비난하게끔 만들어요
부끄러워 쥐구멍에 머리를 들이밀게 해요
아, 당신은 아실 테죠
알고 계실 테죠
아니,
당신은 알아야만 해요
당신이 알지 못하면 그 누가 알겠어요
부디 저보다 슬퍼하세요
제발 저보다 부끄러워하세요
그러면, 어쩌면, 아마도
당신의 신께서는 당신을 용서하실 줄로 믿습니다
<값싼 즐거움>
내 즐거움은 꽤나 값싼 것이어서
돈 몇 푼으로 쉬이 살 수 있는 것이라
쉽게, 언제나처럼 누릴 수 있음이다
어디보자, 어디보자, 내가 산 즐거움을 보자
오호라, 요것은 참으로 쓰임이 많구나
이것이 이슬이 되었다가, 눈물도 되었다가,
시름을 잊게 하는 명약이 되는 구나!
세상이 요지경이라 네가 돌고
살아가는 게 요지경이라 내가 돌고
땅이 돌고, 하늘이 돌고, 전봇대가 돌고,
골목이 돌고, 녹슨 철문이 돌고, 마누라 얼굴이 돌고,
자식새끼 자는 꼴이 돌고, 삶에 찌든 내 얼굴이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몽땅 돌고 돌면
어이구, 내일 출근해야지
값싼 즐거움에 밀어 넣은 것들이 떠올라
푸푸 숨을 내쉬게 만든다
그래도 좋은 것은
분내는 안 나도 정겨운 살 냄새 나는
마누라 옆구리에 얼굴을 묻으면
눈이 절로 감기어 수마가 몰아친다
그래, 그래, 그것으로 족하다
<아름다운 왜곡>
사랑에 관한 기억들은
전부 불태워 재만 남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재투성이 속에서
내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내는 것이다
어차피 세월 속에 어긋날 기억이라면
아름답게라도 남기고 싶다
사랑은 왜곡되어야
내 이기적인 마음을 감출 수 있다
그래야 비로소 내 사랑이
아름다운 껍질을 뒤집어쓴다
오랜만에 속에 든 것을 토해내네요.
덕분에 홀가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