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by 정순민 posted Feb 01,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는

 

노란빛 가을이면 잠자리풀

간질이던 손가락이

농사 짓느라 바쁘게 쓰다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졌지요


장가 가고 매일 보던 얼굴이고

90이 되어도 매일 찾던 아내인데

떠나기 전 숨 가쁘게 뱉은 말이

할머니의 이름이었지요

 

몸은 다 안따라줘도

마음은 다 몰라줘도

당신 사랑을 할머니가 아셔

돌아가시는 그날 말씀하시길,

당신이 주는 사랑 오늘까지 다 받을게.”

 

살아있는 동안 남편에게 받는 사랑이

오늘까지라 아쉽다던 할머니 말씀은

손자 손녀가 더 많은 사랑을

주라는 이야기겠지요.

 

가을빛깔처럼 예쁘게 기억하고

봄 손길처럼 따스하게 떠올리면

할아버지가 우리 마음에

다시 살아오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