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차 창작 콘테스트 시 응모

by 나찰 posted Feb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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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서리찬 길 위를 걷는다.

그 누구도 돌아보지 않을

끝조차 보이지 않는 외길


고독에 몸이 떨려

지름길로 가겠노라 다짐했으나

결국엔 돌아오고만 서릿길


비난에 동상걸린 발가락과

불신에 얼어붙은 손바닥이

내 유일한 동지


그런데도 왜 계속  걷는냐 묻는다면

신념이 웃음짓고 끓는 피가 식지 않아

계속 걷노라. 쉬지 않고 걷노라.


짐


모든 것을 짊어지자

나에 대한 증오도 무수한 가시들도

결국 나만 눈물 흘리면 끝날 일


모든 것을 짊어지자

그렇게 다짐하며 살아온 날의 끝

저 멀리 미소 띤 죽음이 손흔든다


모든 것을 짊어지자

결국 죽음마저도 짊어지고 도망치는 길

책임도 망각한 비겁한 겁쟁이


그런데, 어째서 너는

내 곁에 서 있겠노라고

그 짐, 내 어깨에 나눠달라 하는가


피 물든 칼끝에도 두려움 없을

멍청하기 짝이 없는 마음으로 빚어 낸

가장 큰 짐, 사랑이란 이름이여


악수


자, 오늘도 악수하자

아쉬움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가올 만남을 환영하며


네 남은 체온이 서글퍼

새벽별들과 눈물 쏟아 보냈으나

그 마저도 말라갈 것을 알기에


새로이 채워지는 태양빛

그보다 더 따스한 인연속에서도

녹지 않는 고드름 시려올 것을 알기에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너를 보내도 새 미소 반기며

자, 오늘도 악수하자



사고



어둡고 그 무엇도 부재하는

캄캄한 사고의 밑바닥


눈을 감고선 사념의 이정표에

잠시 몸을 맡긴다


한참동안을 차가운 어둠과

손을 잡고 거닐다

그 어떤 감각들조차 형태를 잃고


결국 다다른 끝자락의 세계에 남은

희미하게 비어있는 순수한 공허


화



무자비 앞에 눈물 흘리는 무력

용암보다도 뜨거운 화가 심장을 매질한다

미친듯한 열기가 주먹을 쥐도록 하거늘

다시 깊이 무력을 깨닫고 또 다시 눈물 뿐


폭우같던 눈물이 피 섞여 부슬비 될 때쯤

원수의 비웃음이 비참한 몸뚱아리 떨게 하고

가시 박힌 기억 속 선명한 모욕감에

주체못할 공포속 또 다시 오열할 뿐


내 언젠가 네놈들의 오장을 찢고

뇌수를 흩뿌려 슬픈 땅 거름 주고

부패된 사상과 경멸스런 욕망으로 얼룩진 그 영혼

지옥불 속 화염에 타들어 가는 고통 속

1초의 안식 없이 참혹히 영원토록 불사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