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전 - 하늬 외 4편

by 천운 posted Mar 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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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늬


오늘은 하늬바람이 불어온다.

서쪽으로 간 님은 언제 돌아올까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문을 닫아버린다.


어제는 하늬바람이 불어왔었다.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님은 잘 갔을까

힘겹고 힘겨워

창문마저 닫아버렸다.


내일은 하늬바람은 불어올까

서쪽은 안 좋은 추억만 가득한데

어쩜 바람은 이렇게 매정하게 어루는지

슬프고 슬퍼 쓰러졌을 때

불 마저 꺼버린다.




바느질


길고 가느다란 바늘

찔리면 따끔하고 찌르면 이어진다.


길고 가느다란 실

묶으면 통하지 않고 통과하면 이어진다.


바느질을 하는 우리 어머니

바늘에 찔려 피 흘리시고


바느질로 만든 옷을 입으신 우리 아버지

실로 감싸져 추움 떨치시고


그저 아무렇지 않게 보는 나

아무것도 모르고 투정부린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갔다.

어찌하여 가게 되었냐고 물으니.

자기가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한다고 하였다.


천리마가 한번의 발돋음으로 천리를 갔다.

왜 그리하여서 까지 갔느냐고 물으니.

자기가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안전을 전한다고 하였다.


두 말이 모여 반대 방향으로 천리를 갔다.

이유는 묻지 아니 하였고 가운데에서 지켜봤다.

두 말의 의의는 같지만 서로 반대였기에.




삼각형

한 쪽 각이 조용히 말하길
나는 적이 아니다.

다른 한 쪽 각이 흥분하여 말하길
너는 내 적이다.

남은 한 쪽 각이 허무하게 말하길
내 적은 너희 둘 다다.

그렇게 세 각이 모여 삼각형이 됐을 때
그들은 기어코 전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어디 있나

그대 마음 속 남겨두었던 마음
나의 마음 속에도 남겨져 있네
항상 내게 말하던 그 이름 어디갔나
그대 입에서 더이상 나오질 않네
처음 만난 장소 가보았더니 
모르는 사람이 많네
제일 그리운 장소 가보았더니
아련한 장소만 멍하니 놓여있네
어디 있나 내 마음
어디 숨었나 그 이름
어디 사라졌나 그 사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