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창작콘테스트 시 응모

by 박근영 posted Apr 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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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모습>


 

슥슥

방문을 여니

 

늙은 아비가 자신의 구두를 열심히 닦는다.

반짝이는 구두에 비해 그의 자존감은 너무 낮다.

가정의 짐, 세상의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진

저 어깨가 너무 낮다.

 

오늘만은 그의 등에 말하고 싶다

 

아버지 저는 괜찮습니다.

부디 아버지도 괜찮으세요.

 

달그락 달그락

방문을 열고나오니

 

늙은 어미가 식구들이 먹다 남긴 반찬을 입에 넣으며

그릇을 헹군다.

반짝이는 그릇에 비해 그녀의 표정은 너무 낡았다.

바쁜 남편, 어린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그녀의 마음과 얼굴이 너무 낡아버렸다.

 

오늘만은 그녀의 등에 말하고 싶다.

 

어머니 저는 괜찮습니다.

부디 어머니도 괜찮으세요.

 

 


< 욕심 >

 

 

내가 당신의 버팀목이 되고 싶었다는 말은

나의 욕심 이였던 것 같습니다.

 

라는 나무는 이미 뿌리는 썩어있고,

가지들도 메말라있고,

잎들까지 다 떨어지고 없는데

 

나는 당신에게 내 옆에서 쉬라고,

내 밑에서 비든 눈이든 피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아이처럼 떼를 썼습니다.

 

내가 당신의 디딤돌이 되고 싶었다는 말은

나의 욕심 이였던 것 같습니다.

 

라는 돌은 이미 이끼들이 잔득 끼어 미끄러워졌고,

구석구석 날카로운 모서리를 품어

단단한 돌이 아니라 당신을 다치게 할 모난 돌이였는데

 

나는 당신에게 나를 밟고 가라고,

나를 밟고 당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어디든 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아이처럼 떼를 썼습니다.

 

난 왜 이제야 알아 버린 걸 까요

난 왜 당신이 내 밑에서 비를 맞고, 눈을 맞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당신을 보고 난 후에야

난 왜 당신이 나를 밟고 넘어져

피투성이가 된 후에야

 

나라는 존재가 그대에게 얼마나 악한 독이였는지

나라는 존재가 그대에게 얼마나 큰 욕심 이였는지

 

왜 이제야 알아 버린 걸 까요



 

< 다 알아요 >

 

모두들

하루를 살기보다

하루를 버티는 거겠죠.

 

모두들

내일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오늘이 끝나길 기다리는 거겠죠.

 

모두들

매일이 고달픈 거겠죠.

 

 

 

< 나 때문에 >

        

연탄처럼 까맣던

엄마의 머리에

눈이 내렸다.

 

눈으로 뒤덮인

엄마의 머리를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엄마를 바라보는 게 힘들었다.

엄마를 바라보는 게 추웠다.

 

창밖의 눈보라는 우리 엄마의

추위보다 덜 했다.

 

엄마의 머리위에 눈이

그 어떤 겨울의 눈보다 추웠다.



< 한숨 >

      

옆자리 군인의 한숨

맞은편자리 깊은 주름을 가진 아저씨의 한숨

저기 창가에 보이는 고등학생의 한숨

 

구태여 그 의미를 설명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 한숨의 깊이를

 

나 또한 당신의 한숨에서 깊은 울림을 느낀다.

나 또한 이 순간 속으로 한숨을 삼킨다.


 

   


<그때, 그곳에서>

 

같이 걸었던 광화문에서

네가 밟아 톡 하고 터져버린 은행열매

 

그때부터였구나

그 은행의 지독한 냄새처럼

네가 내게 지독하게 배어버렸구나

 

같이 걸었던 청계천에서

네가 너의 주머니로 이끌었던 내 손

 

그때부터였구나

네 주머니 속 내 손뿐만 아니라

내 마음까지 이끌려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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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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